본문 바로가기

뉴스타파 N 주제별 보기/사회

나는 왜 탑에 올랐나?


나는 왜 탑에 올랐나?





지난 8월 26일 재능교육 종탑 농성자였던 오수영, 여민희씨가 202일 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이로써 무려 2075일 동안 이어져 온 국내 최장기 비정규직 농성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재능교육 노사가 단체협약 원상복구와 해고자 12명에 대한 전원복직에 합의하면서다. 


반면 지난 5월 9일, 171일 만에 철탑에서 내려온 쌍용차 노동자들은 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한 채 땅으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7일 296일 만에 농성을 종료한 현대차 철탑 농성자들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그들은 왜 탑 위로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세 개의 탑에서 농성을  벌였던 오수영 재능교육 종탑농성자, 천희봉 현대차 철탑농성자, 한상균 쌍용차 철탑농성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탑이 갖는 의미와 탑 위에서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수영 재능교육 종탑농성자

“농성장조차 본사 앞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기 때문에 대안이 없어서 올라간 거예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2000일 3000일 그냥 계속 가는구나. 그런 절박함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의 결과에 만족해요.”

“너무 힘들 때는 함께 탑에 오른 민희가 막 울고 있어요. 잠도 못 자고. 그런데 그 때 제가 달래면 얘도 자존심이 상하고 나도 달래고 있으면 사실 해줄 말도 없거든요. 그러면 그냥 외면해요. 모르는 척하고”





천의봉 현대차 철탑농성자

“첫 날 탑위에 올라가는데 현대차 용역들이 ‘끌어내려서 죽여버려’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에 맞서 싸우던 조합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진짜 이빨 꽉 깨물고 버텼어요. 철탑에 오를 당시에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한 손은 무조건 철탑을 잡고 있었어야 했거든요.”

“이기지 못 하고 내려온 게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미련도 많이 남고, 병승이 형하고 ‘이번엔 꼭 한번 이겨보자’ 라고 얘기했거든요. 이 말이 아직 가슴에 많이 남아요. 어머니도 ”


한상균 쌍용차 철탑농성자

“밤이면 훈련하는 헬기가 지나다녔는데 헬기 소리에 놀라서 깨고... 여전히 우리는 벼랑에 몰려있구나.”

“탑 위에서 동료의 죽음 소식을 들으면 서로가 말이 없어요. 셋이서 삼일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지낸 적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