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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과 닮은 꼴


국정원 댓글과 닮은 꼴






일부 탈북자들이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을 분석했더니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했던 이른바 ‘댓글활동’과 닮은 꼴이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탈북자의 닉네임 7개로 작성한 다음 아고라 게시글은 2010년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7천 3백건이었다.


평소에는 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남겼지만, 민감한 정치 이슈가 있을 때에는 일방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집중해서 올렸다.





특히 지난 2010년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편향적인 게시글을 집중해서 올렸다. 이 시기 ‘소나타'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탈북자는 야권의 주요 공약이었던 ‘전면 무상급식은 공산혁명의 시작’이라고 공격했고, ‘태백부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다른 탈북자는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지역의 야당 후보를 종북주의자로 몰았다. 탈북자들의 시기별 게시물수를 확인한 결과 6.2지방선거를 앞둔 시기가 활동량이 가장 높았다.





취재진은 이들이 올린 게시물의 성격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유사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3월 공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기준으로 게시물을 검토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사항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2010년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문했는데 나흘 뒤, 탈북자의 닉네임으로 확인된 ‘툴립’이 봉은사의 명진스님이 편향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종교인이라고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또, 2010년 4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4대강 등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 지시한 뒤 며칠 안돼 다른 탈북자의 닉네임 ‘풍경소리’가 일주일에 걸쳐 ‘4대강사업이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불법집회’, ‘전교조’, ‘대통령 외교성과’ 등에 대한 국정원장의  핵심 지시사항이 있을 때마다 탈북자들은 같은 취지의 글을 아고라에 다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들이 ‘아고라 알바’에 처음 동원된 시기는 2010년 5월로, 이때는 2010년 2월에 취임한 원세훈 전 원장이 심리전단을 확대 강화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NK지식인연대’의 탈북자들에게 돈을 주고 특정 이슈의 글을 올리라고 지시를 내린 쪽이 국정원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취재진은 신원이 확인된 7개의 닉네임 외에도 추가로 17개의 닉네임을 찾아냈다. 이들도 아고라 게시판에서 같은 내용으로 하루에 5건에서 10건씩, 자금지원이 끊어진 2010년 11월까지 꾸준히 글을 올리다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을 모두 합치면 4만 건이 넘는다.


알바작업에 참여했다는 탈북자의 증언대로 최소 8개 조, 백여 명이 대가성 게시글 작성에 동원됐다면 이들이 올린 게시글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비밀리에, 그것도 돈까지 줘가면서 여론을 조작한 곳이 어디인지,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