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KBS 등 공영방송들은 일제히 메인뉴스 톱기사로 박 대통령의 조문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 날 난데없이 박근혜 대통령 조문 연출 논란이 불거졌다. 분향소에서 박 대통령이 위로한 할머니가 유족이 아니라는 의혹이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연출은 절대 아니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유투브에 30초 분량의 당시 상황이 촬영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다시 시작됐다.
이 동영상에는 박 대통령이 조문할 당시 경호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과 유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고성이 들린다. 하지만 이날 주요 방송사 뉴스에는 유족들의 항의 장면과 현장음은 나오지 않았다.
현장 상황이 방송 뉴스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이틀 째인 지난 4월 17일, 박 대통령의 진도방문 현장에서도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과 해양수산부 장관, 해양경찰청장 등을 향해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나 그날 밤 방송사 메인뉴스에는 유족의 애로사항을 듣는 박 대통령의 모습과 이에 화답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박수소리만 있었다.
이런 식의 보도가 계속 되자 유가족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은 물론 정부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언론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한다는 지적은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나왔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벌써 17일 째.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초기에 언론이 제 역할만 했더라도 자신들이 지금까지 팽목항에 남아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실종자 가족은 “기자들도 사람이니까 정당한 것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위에서는 그걸 막고. 젊은 기자들은 눈치만 보고 있잖아요. 데스크에 강하게 주장하는 기자가 많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라며 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의 행태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케 하는 단서가 공개됐다. 지난 4월 28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4월 22일부터 세월호 재난상황반을 설치해 방송사를 ‘조정통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 분야의 위기대응 상황을 방통위가 총괄하고 방송의 오보에 대해서는 바로 대응한다는 것이 주요 업무 내용이다.
‘방통위가 수사를 의뢰하면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기로 한다’, ‘대학생 및 일반인 대상 사회적 여론 환기는 방통위와 문화부가 맡는다’는 등의 업무 연락 내용은 현 정권이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얼마나 벗어나고 싶은 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의 독립성이 있는 만큼 보도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았다.” 며 “선정적인 보도, 실종자나 가족들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을 막자는 취지” 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와중에 KBS는 보도국장이 뉴스 앵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서는 ‘세월호'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이 상부 지시로 중단되는 일이 일어났다.
5월 황금 연휴를 앞 둔 이번 주말부터 각 방송사들은 예능과 드라마를 정상 편성하기로 했다. 실종자 가족 100여 명은 여전히 진도 팽목항에 남아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시신마처 수습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고통의 밤낮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TV에서 세월호를 씻어내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 MBC측에서는 위 보도 중 "유가족이 우는 장면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