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 뉴스타파 취재진은 경북 청도군 신도마을을 찾았다. 평범한 시골 마을인 이곳에 수백 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왔다는 사실을 접했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에서 취재진을 반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걸음이 닿는 곳마다 또 다른 박 전 대통령들을 만날 수 있다. 영정 사진은 물론 박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담은 전신 사진도 있다.
이 마을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1969년 수해 때 이 마을을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제방을 복구하는 것을 보고 ‘새마을운동’을 착안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40년 후, 신도마을은 다시 주목받았다. 정부가 ‘새마을운동’을 국가적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며 이 곳을 ‘새마을운동’ 시범 단지로 지정했다. 길이 새로 나고 마을 곳곳이 정비됐다. 나중엔 으리으리한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이 들어섰다. 오는 6월에는 농촌 테마공원도 개장한다. 정부는 이것도 모자라 올해 30억원을 들여 자전거 테마공원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이렇게 들어간 예산이 모두 250억 원. 주민이 400명 가량인 마을 규모에 비해 과도한 투자다. 마을의 한 노인은 번듯하게 지어 놓고도 수 개월째 비어있는 상가를 보고 혀를 찼다.
“저기에다 식당도 지어 놓고 하긴 했는데, 모르겠어. 난 첨부터 장사 안된다켔는데. 저기 누가 들어올라카겠노…”
공약으로 내건 민생, 복지 관련 사업 예산에는 인색했던 정부.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이른바 ‘코드예산’에는 이렇게 세금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다시 강조한 DMZ 세계평화공원 사업도 박 대통령표 ‘코드예산’이다. 총 25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남북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DMZ에 공원을 만들어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추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북한의 동의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측에 아무런 사업 설명도 하지 않은 상태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악화 일로인 남북 관계를 볼 때 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구상 단계의 사업에 무턱대고 막대한 예산을 배정한 것은 대통령의 코드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대통령 친위조직’으로 불리는 대통령자문기구들도 예산 특수를 누렸다. 관련법상 역할이 자문에 국한돼 별도의 사업을 추진할 수 없지만 사업 예산을 수십 억씩 타냈다. 이들이 추진하는 사업 내용도 비현실적이거나 다른 사업과 중복된 것으로 보여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무기 개발 관련 사업도 코드예산에 편승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과 패트리어트 미사일 개량 사업은 총 7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대형 사업이지만 필수적인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건너뛴 채 예산을 배정받았다.
정계 입문 때부터 원리와 원칙, 약속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 막상 들춰본 그의 첫 번째 예산은 ‘코드’와 ‘월권’으로 얼룩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