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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업체가 ‘유령회사’ 권유


정부지원업체가 ‘유령회사’ 권유





조세당국이 역외 탈세와의 전면전에 들어간 가운데 한편에서는 정부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권유하는 업체를 사실상 지원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조세피난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정한 '해외민간네트워크' 소속 업체 가운데 일부가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대행 업무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민간네트워크’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공식 지정한 마케팅·컨설팅 회사다. 서류심사, 현장실사, 실태조사 등의 심사과정을 통해 선정된다. 이들은 독자적으로 해외마케팅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국내 중소기업에게 제품수출, 해외 진출 등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50개국 135개 업체가 선정됐으며, 60억 가량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결과, ‘해외민간네트워크’ 선정 업체 가운데 하나인 ‘코차이나 TNC’라는 업체가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 대행업무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년 연속 ‘해외민간네트워크’로 선정됐다고 소개한 이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조세피난처를 소개하며 “절세와 면세는 물론 신분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조세피난처는 최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을 권유하고 있었다.


실제 ICIJ의 조세피난처 데이터베이스에는 ‘코차이나 TNC’가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 대행한 역외 법인 두 곳이 등장한다. 모두 한국인이 이사와 주주이며, ‘코차이나 TNC’가 세크리터리, 즉 비서로 등재돼 있다. 


또한 지난 6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회장의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대행해준 곳도 ‘코차이나 TNC’였다. 코차이나 TNC는 라 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알앤엘 바이오 HK 리미티드'라는 회사의 유상증자와 회계, 재무재표 관리까지 봐줬다.


뉴스타파 취재이후, ‘코차이나 TNC’는 자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던 조세피난처 관련 사업내용과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해외민간네트워크’ 중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신규로 선정된 ‘청덕상업신식자문유한공사’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버젓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과 절차를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수출마케팅처 천병우 팀장은 “해외투자지원, 현지 법인 설립 업무만 하는 줄 알았지 조세피난처 업무까지 하는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그 부분까지 검토를 하고 선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뉴스타파 취재 이후 ‘해외민간네트워크’ 가운데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 업무를 대행해 주는 업체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