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분노, 국정원 보도 축소 급급
국정원 대선 개입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되면서 시민과 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화여대 등 10여 개 대학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대학생과 시민들은 연일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런 여론을 감지한 듯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민주당과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언론은 국정원 관련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YTN은 지난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방글이 트위터에 조직적으로 올라왔고 국정원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의심된다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리포트는 오전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불과 3시간 동안 4차례, 단신은 5차례만 방송됐다.
24시간 뉴스채널인 YTN에서 자사의 단독 리포트를 오전 시간에 3시간만 방송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해당 보도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담당 취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국 회의 내용을 전달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정원 직원의 통화 직후 해당 리포트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단신으로 처리됐다.
MBC에서는 아예 국정원 관련 시사 제작물이 통째로 편집됐다. 지난 23일 방송될 예정이었던 ‘시사매거진 2580’의 국정원 관련 보도가 누락된 것이다.
해당 꼭지는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 기사 내용 중 경찰의 수사증거 은폐와 허위 발표에 대한 내용, 원세훈 전 원장을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했다는 검찰의 발표 내용 등을 문제 삼았다. 시사제작국장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심 부장의 거부로 방송은 결국 불방됐다.
새누리당과 국정원도 책임 있는 진실 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이 터졌을 때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과는 딴 판이다.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은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에 나서기는 커녕 NLL(북방한계선) 문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원은 불법 논란까지 일으키며 남북정상회담 문건을 공개하며 정치 공방에 스스로 기름을 부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처음으로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입을 열었지만 재발 방지책 같은 책임 있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