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실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최종 이관됐으나 대면보고 문서와 회의록 등 중요 ‘종이 문서’의 이관 수량과 이관 여부가 불투명해 의혹을 사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실 이관 기록은 모두 6,180,682건이다. 이 가운데 대면 보고서와 회의록 등의 ‘문서’와 ‘기타 종이기록물’이 포함된 ‘종이 문서’ 항목은 모두 23만 6,799건이라고 발표됐다.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는 이명박 대통령 기록이 제대로 이관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 청와대가 매년 발표한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과 지난 2월 대통령기록관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 기록이관 현황을 공동으로 분석했다.
먼저 23만 6,799건인 ‘종이 문서’ 가운데 청와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기록인 대통령 서면 보고서와 대면 보고서 등의 문서는 얼마나 되는지 살폈다. 이를 위해 이명박 청와대가 매년 발표한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 자료를 통해 집계한 결과 대면보고를 포함하고 있는 문서는 2008년 65권, 2009년 96권 등 지난 5년 동안 731권이었다.
한 권에 25건 정도의 문서가 들어 있다고 볼 때 대통령 5년 재임 기간에 불과 만 8천여 건의 문서가 생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의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23만 6,799건의 ‘종이 문서’ 가운데 이 만 8천여 건의 문서가 포함돼 이관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상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연도별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 자료를 통해 5년 동안 생산된 ‘기타 종이기록물’을 합산해보니 23만 6,799건이었다. 이 수치는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됐다는 ‘종이 문서’ 전체의 수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이관 기록물 가운데 ‘종이 문서’는 모두 ‘기타 종이기록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통령 대면 보고서 등의 ‘문서’ 731권은 어디로 간 것일까?
대통령기록관의 보도자료와 이명박 청와대가 발표한 기록물 생산현황만으로 볼 때 이 ‘문서’ 731권이 제대로 이관됐는지는 여부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중요 문서들이 폐기됐거나 아니면 이관이 누락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측은 생산량 표기를 실수하는 등 공식 보도 자료 수치가 잘못됐다는 해명만 내놨다.
MB 대통령실 부서별 ‘문서’ 생산량도 의혹 투성이다. 5년간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을 조사해 본 결과 청와대 안살림을 맡고 있는 총무기획관실이나 홍보 업무를 하는 메시지 기획실, 그리고 홍보기획관실 등이 주로 ‘문서’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요 정책 결정 담당 부서인 경제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정무수석실 등에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서 생산 표기란이 공란으로 돼 있다. 주요 부서에선 단 한 건의 문서도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업무특성상 대통령 대면보고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특히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청와대 직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정부 부처 공무원과 업무 연락을 한다는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이메일을 통해 주요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인데, 이들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임 중 대통령 기록물 생산 현황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밝혔던 이명박 전 대통령,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실의 기록물 관리 실태는 이렇듯 의혹과 부실 투성이다.
* 뉴스타파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의 연도별 대통령 기록 생산현황을 공개합니다. 이 자료는 뉴스타파가 매년 청와대가 공식 발표한 기록물 현황을 토대로 시민들이 쉽게 분석해 볼 수 있도록 엑셀 파일로 만든 것입니다.
<앵커 멘트>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상당한 국정 혼란이 생기는데요.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전임 정부가 남긴 기록물을 참고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기록물을 충분히 남겼을까요?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경제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정무수석실 등 청와대 주요 부서가 단 한 건의 문서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 박중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박중석 기자>
경기도 성남에 있는 대통령 기록관.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이 보관 전시돼 있습니다.
지난 2월,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도 이곳으로 이관됐습니다. 대통령의 행사 사진, 각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선물, 국토종주 자전거 길에서 대통령이 탔다는 자전거 등도 기록물로 포함됐습니다.
최종 이관을 마친 대통령 기록물은 모두 618만 6백여 건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나로호 발사와 관련 담당 비서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 내부 보고서 같은 종이문서는 어느 정도가 될까?
지난 2월, 대통령 기록물 이관을 마친 뒤, 대통령기록관이 발표한 보도 자료. 종이 문서는 모두 23만 6,799건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록물 생산현황 분류 규정상 이 종이문서는 간행물을 제외하고 문서와 기타 종이기록물로 나눠집니다. 문서는 대통령 서면 보고서와 대면 보고 등을 말합니다.
[반윤주 대통령기록관 홍보담당]
“모든 비서관실에서 대통령님께 올리는 서면 문서는 이 양식에 따라서 보고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나로호 발사와 관련한 담당 비서관의 내부 보고서가 그렇습니다. 청와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 기록입니다.
반면 기타 종이 기록물은 공식적 문서 말고 생산된 기타 종이문서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컨대 외부로부터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서신 등이 해당됩니다.
[대통령기록관 직원]
“문서도 아니고 간행물도 아니고 기타 종이로 된 매체 중에 기록물로 볼 수 있는 것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민원서류라든지, 민원접수 내용 이런 거(기타종이기록물) 다 들어 있겠네요?)
“네. 거기 포함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기타 종이기록물은 모두 민원처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민정수석실과 사회통합수석실 등 2곳에서만 만들어졌습니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2009년에 청와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이 종이기록물이 민원서신 등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에서만 생산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종이 문서 23만 6,799건 가운데, 대면보고 등 문서와 민원 서신을 포함한 기타 종이기록물은 각각 몇 건이나 될까?
취재팀은 청와대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도별로 공개하는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 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먼저 대면보고를 포함하고 있는 문서, 2008년 65권, 2009년 96권 등 지난 5년 동안 731권뿐입니다.
권당 평균 25건 정도의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건수로 계산하면 만 8천여 건에 불과합니다. 6백만 건이 넘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물이 실제론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이영남 한신대 교수 / 전 국가기록원 연구관]
“대통령실의 특성상 종이보고서를 많이 받게 되어 있습니다. 부처라든가 국정이라든가 군을 통해서 중요한 기록은 종이보고서를 받게 돼 있는데 그런 것을 관리하지 않았다라면 그러면 정부 내 중요한 보고서 관리가 되지 않았다라는 거거든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5년 동안 생산된 기타 종이기록물을 합산해보니 23만 6,799건입니다. 이 수치는 이관된 대통령실 기록물 보도자료에 제시된 종이문서의 수량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기록관에 이관된 종이 문서는 모두 기타 종이기록물일 뿐, 정작 중요한 내용을 담은 대면보고 등의 문서 731권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관이 누락됐거나 폐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 기록관 측은 발표한 보도자료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단순 착오나 계산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대통령기록관 직원]
(이게 왜 그런 건지를?)
“저희가 그런 부분은 미리 파악을 못했는데요.”
(이 종이문서 23만 6799건과 기타 종이기록물 23만 6799건이 같은 내용인거죠?)
“같은 숫자, 네 같은 겁니다.”
(같은 거죠?)
“생산현황 표기가 잘못됐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번엔 대통령실 부서별로 문서를 얼마나 생산했는지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청와대 안살림을 맡고 있는 총무기획관실이나 홍보 업무를 하는 메시지 기획실, 홍보기획관실 등이 주로 문서를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경제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정무수석실 등 주요 부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문서 표기란이 공란으로 돼 있습니다. 단 하나의 문서도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깁니다.
특히 지난 2008년 봄, 한미 FTA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 주무 부서였던 경제수석실. 당시 수많은 내부회의를 했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을 보면, 종이 문서 생산은 없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영남 한신대 교수 / 전 국가기록원 연구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어떻게 보면 정권의 명운이 달릴 정도로 중요한 이슈였는데 그런 걸 내부서 관련 부처서 보고를 받고 내부에서 검토를 한다면 대통령에게 보고 된 게 올라갔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없다면 말이 되지가 않아요.”
어떻게 된 것인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록관리를 담당했던 기록연설 비서관과 전화통화를 통해 해명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김영수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연설기록비서관]
“그런 내용은 기술적 내용들이니까 대통령 기록관측에 묻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제가 책임자이긴 하지만 모든 전문적 내용을 다 아는 게 아니거든요.”
[대통령기록관 직원]
“청와대나 이런 데에서 (답변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저희가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죠.”
이렇게 문서가 적은 이유는 뭘까.
지난 2009년 2월, 용산참사가 사건이 일어나자 청와대 한 행정관은 비판여론을 돌리기 위해 당시 강호순 사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이른바 '여론유도 지침'을 경찰청에 내립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 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 같은 업무 지시를 개인 이메일로 보내 더욱 문제가 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전직 공무원은 취재팀과의 전화통화에서 개인 이메일을 이용해 정부 부처 공무원과 업무연락을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중요 업무와 관련해서도 문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근무 공무원]
“이메일로 서로 많이 하죠. 왜냐면 사람을 계속 오라 가라 할 수 없잖아요.”
(이메일로 보낸다구요?)
“네 이메일로 보낸다든지 자료 같은 거, 공문을 보낼 그게 아니잖아요. 그게 이제 청와대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면 철자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건 기록이 남잖아요.”
[대통령기록관 직원]
“저희들이 알기론 미국만 메일을 수집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메일까지는 공식 기록물로 보고 있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재임 중 대통령 기록물 생산내용을 자발적으로 공개한 것은 자신이 처음이라고 밝혔던 이명박 전 대통령. 그러나 그의 기록물 관리 실태는 의혹과 부실투성이입니다.
뉴스타파 박중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