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경찰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대선에 개입한 혐의는 없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결론은 뉴스타파 취재 결과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6백여 개의 트윗 28만 여 건을 사회관계망 기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최소한 10개의 그룹이 조직적으로 여론개입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선과 관련된 트윗도 2만 건을 확인했습니다.
국정원 사건을 취재해 온 최기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최기훈 기자> [이광석 서울 수서경찰서장] “현재까지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사 4일 만에 댓글 하나 발견된 적이 없다고 서둘러 발표했던 경찰. 4달이 지나서야 여직원 외에 또 다른 국정원 직원 이 모씨의 가담을 확인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뉴스타파는 그동안 트위터 상에서도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계정들이 조직적으로 여론에 개입했다고 연속으로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국정원 추정 계정이 640여 개입니다.
뉴스타파는 이 계정들이 작성하거나 리트윗한 글 28만 여건을 전부 수집해 프로그래밍해서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계정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돼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얻어낸 네트워크 지도입니다.
국정원 추정 계정 포함해 모두 5천5백여 개의 계정이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초록색이 일반 계정이고, 빨간색이 국정원 추정 계정입니다.
국정원 추정 계정만 남겨 놓고 모두 지워봤습니다.
RT횟수가 10번 미만인 계정도 연결도가 낮다고 판단해 지웠습니다.
그랬더니 국정원 추정 그룹의 전체적인 관계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여기에 분석과정에서 새로 확인된 의심 계정을 추가해 네트워크지도를 완성했습니다.
큰 원으로 표시되는 핵심계정이 주로 인용이 이루어진. 다시 말해 주요 콘텐츠 생산자입니다.
핵심계정이 왕성하게 글을 작성하면 주변 계정들이 RT로 퍼 날랐음을 보여줍니다..
핵심 계정을 살펴보니 이미 뉴스타파가 콘텐츠 생산자로 지목했던 누들누들(오빤미남스타일)을 포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사항을 그대로 베꼈던 테산4(신사의품격)도 보입니다.
그룹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봤습니다. 10개의 그룹엔 각각 핵심계정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자세히 보니 이 핵심 계정들 사이에는 연결된 선이 없습니다. 서로 상대의 글을 인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권혜진 뉴스타파 데이터저너리즘 연구소장] “이번 분석은 이미 트위터에서 사라진 계정을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다시 그 흔적을 살려내고, 사회연결망 분석을 통해 리트윗 네트워크를 살펴본 최초의 보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SNS 전문가들은 트윗량이 폭주하는 대선 기간에 이런 수상한 그룹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SNS 분석 전문가1] “저희들이 보면서 계속 사실 벙어리 냉가슴이었는데...뭐 딱 보자마자 약간 이제 좀 심하게 말씀드리면 이놈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여론조작을 하다니. 그런 생각을 했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당선됐으니까.”
[SNS 분석 전문가2] “갑자기 없던 유저가 대선 시점에 갑자기 쭉 나왔는데 같은 메시지를 때리고 뭐 같은 시점에 때린다. 이러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이 그룹들을 국정원 계정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활동시기가 수상합니다.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대로 이 계정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지난해 8월 20일 부근에 집중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지난해 12월 11일 일제히 활동을 멈췄습니다. 대선투표일 직전인 12월18일까지 활동했던 이른바 십알단 추정 계정들과 구분됩니다.
일반인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집요하게 북한 비판에 치중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대북심리정보국이 인터넷 상에서 대북심리전을 펼쳤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이 계정들의 국정원 관련성을 더욱 짙게 합니다.
주로 야당 대선후보 비난에 치중했던 십알단 추정 계정들과도 구별됩니다. 국정원장 지시사항, 국정원 여직원 글과의 일치성도 명백한 증거입니다. 진선미 의원이 폭로한 국정원장 지시사항에 나온 것과 똑같은 문구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한국원전에 대해 호평했다는 IAEA 사무총장 발언은 국정원장 지시사항과 오타까지 문구가 똑같았고, 지난 해 9월 제주에서 개최된 세계자연보전총회 행사를 종북좌파들이 방해하고 있다는 국정원장 발언과 같은 내용의 트윗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국정원 여직원 글과 비교해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11월13일 여직원 김 모 씨는 오늘의유머 게시판에 제주해군기지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12일과 13일 트위터에도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옵니다. 모두 핵심 계정이 작성한 트윗입니다.
11월 19일에 김 모 씨가 범민련 비난 글을 올렸을 때도 같은 시기에 주요 계정들이 트위터 상에 같은 내용의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습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의 증언처럼 심리정보국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SNS 분석 전문가] “뭐 국정원 알바다 얘기 나올 때 그런 식의 오더가 내린 게 아니냐 라는 식의 얘기가 많았는데, 실제 그럴 거 같습니다. 기업에서도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할 때 윗단에서 어떤 어떤 이슈를 이야기 하라고 오더를 내리면 실무진에서 그걸 쓰거든요. 그 방식일거구요. 그게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시지가 나가긴 어렵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겠죠, 아무래도.”
지속적인 증거인멸도 빼놓을 수 없는 증거입니다. 뉴스타파가 한 달 전 국정원 트윗계정 의혹을 보도하자 하루도 안 돼 그 때까지 살아있던 트윗계정들이 일제히 삭제됐습니다.
특히 검찰 수사가 임박한 4월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캐시가 남아있던 트윗 저장 사이트에서도 조직적으로 삭제가 이뤄졌습니다. 전체의 80%에 이르는 트윗글이 사용자의 선택에 의해 삭제됐습니다. 트위터 서버가 미국에 있어 증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걸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 관계자] “미국 서버기 때문에 공조요청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쪽에서는 저희와는 다르게 이메일이나 이런 걸 개인정보 없이 사실 뭐 미국에서 주민번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거를 특정하기가 우리나라보다 어려운 게 현실이고요.”
경찰은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댓글을 쓴 국정원 직원 등을 정치중립을 위반했다며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선 개입 혐의는 뺴버렸습니다. 트위터에선 어땠을까?
네트워크 지도에 일반인을 포함시켰을 때 유난히 크게 나타나는 계정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보수 논객들입니다. 인터넷문화협회 장원재 박사, 탈북자 출신 강철환, 보수논객 변희재 같은 인물들로 북한 비난을 주로하며 야당후보에 비판적인 인사들입니다. 이들 계정들이 크게 표시된 것은 국정원 추정 계정들이 그만큼 이들의 트윗을 많이 인용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추청계정들이 작성하거나 인용한 전체 트윗 28만여 건에 대해 키워드 검색을 해봤습니다. 대선과 교육감 선거 등과 관련된 트윗이 2만 여 건으로 집계됐는데, 시기별로 봤더니 선거 국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트윗량이 증가하다가 막판에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보기엔 활동이 너무 왕성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법적인 로그기록 보관 기간은 3개월입니다.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경찰이 4달이 넘도록 수사를 질질 끌어온 배경이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에 대한 전면 수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포털 쪽에서는 이제 데이터 있기 힘들고, 그 대신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그런 업체들은 트위터 데이터 전체를 무차별로 보관을 하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사용자가 원본을 지웠다고 해서 복제된 데이터를 똑같이 지운다던가 그러지 않기 때문에 빅데이터업체들에는 데이터가 남아있을 확률이 높죠. 그런 업체들과 협조를 해서 아이디 삭제라던가 데이터 삭제 같은 것을 복구해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없습니다.
검사 8명을 비롯해 수사진 30여 명을 투입한 검찰의 의지가 과연 경찰과는 다른 수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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