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평소 MBC 임원뿐 아니라 비서실조차도 행방을 좀처럼 알 수 없다는 김재철 사장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써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계속 나오지 않습니까. 오늘 해임결의안 관련해서 말씀을 좀 해주시죠. 여러 가지 개인적 문제가 많지 않습니까? 그 부분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좀 문제가 있다,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날은 4번째 김재철 해임 결의안이 상정된 날이었습니다. 6층 방문진 사무실은 60명이 넘는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그만큼 이날 김재철 사장의 해임 여부는 국민적인 관심사였습니다. [최창영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처장] “결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MBC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결의안건이 가결됐습니다.” “문화방송 사수, 투쟁” 지난 2010년 3월,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MBC 사장이 된 김재철 씨.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는 지적과 함께 첫 출근부터 엠비씨 구성원들의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 ((방문진이)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 엠비씨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 같습니까?) “제가 지키겠습니다.” (어떻게 지킵니까?) “제가 독립해서 지키겠습니다. 두고 보시면 알 것 아닙니까?” 그의 말과는 달리, MBC는 이후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도, 경쟁력, 경영실적까지 끝없는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MBC 노조 조합원] “우리가 나아갈 길은 분명하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습니다. 지난번 파업이 ‘MBC가 무너질 것 같다. 김재철은 물러가라’였다면. 이제 ‘MBC가 무너졌다, MBC가 죽었다. 김재철은 물러나라’” [이외수] “딱 한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언론이 당신거요. 저는 언론이 방송국 사장의 것도 아니고, 또 특정 정당의 것도 아니고, 주주의 것도 아니고 사원들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송국이 국민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덕상 / 경기도 광명시] MBC 김 사장이 너무 많이 망가뜨렸잖아요. 그래서 난 그게 별로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뒤로 뉴스가 너무 뉴스같지 않아요.“ [두행숙 / 서울시 마포구] “공영방송은 언제나 공정해야 되는거예요. 어느 시기에는 공정하고 어느 시기에는 공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니고. 어느 시대에나 공정해야 되는 거예요.” [김재철 MBC 사장] “남자의, 남자의 약속은 문서보다 더 강한게 말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우리 사원들이 한강에 저를 매달아서 버리세요.” 그가 재직했던 지난 3년, 해직자는 9명, 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사람도 200명이 넘습니다. 단지 공영방송을 살리자고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당수 조합원들은 현업에 쫒겨 나거나 강제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 사이, 일부 간부들은 김재철 사장 밑에서 충성경쟁을 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취임 이후에 너무 인사권을 남용하지 않았습니까. 징계가 너무 많은것 같은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볼게요. MBC에서 사장까지 하시고 싶으셔서 이렇게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정말 MBC 이대로 안된다, 진짜 이거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겁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MBC에 대한 공적인 책임과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는 김재철 사장을 끊임없이 비호해왔습니다. 방문진 9명의 이사 가운데 6명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추천한 사람들로 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보수적 인사들이었습니다. [김재우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방문진 이사장님으로써 엠비씨 사장에 대한 관리감독권이 있으시잖아요. 관리감독권 있으신데 그 부분에 대한 조사계획은 있으신지. 예를 들면 법인카드 남용이라든지, J씨 스캔들,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들. 공영방송 사장으로써 적합한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사장님이 조사를 하시는 게 맞지 않습니까.) [김광동 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 “사장을 해임해야 될 상황이 아니다.” (이번 해임의결 관련해서 새누리당으로부터 압력을 좀 받으셨습니까?) “압력이요? 무슨 압력을 받아요.” (혹시 안 받으셨어요? 전화같은 것 안받으셨어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에요.”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충일 (방문진)이사에게 청와대 하금렬 대통령실장과 그리고 박근혜 선대위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 위원장이 김재철을 지켜라. 김재철을 stay시켜라, 라고 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김재철 사장의 세 번재 해임안 무산 과정은 방문진의 배후에 정권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선동규 야당 추천 방문진 이사]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 이사들의 반시대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그런 결과입니다.“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네 번째 해임안을 여야 이사들이 공동으로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재철 사장은 유임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따가 봅시다.” 뉴라이트 성향의 김광동 이사입니다. [김광동 여당추천 방문진 이사] (오늘 전망 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장한테 달려있죠. 공영방송사의 공적 통제 시스템을 확립하는 과정의 진통입니다.”
그러나 지난 3번의 김재철 사장 해임 결의안 추진 과정에서 김광동 이사는 늘 김재철 사장의 편을 들거나 옹호해왔습니다.
논문 표절로 물러난 김재우 씨의 자리를 이어받은 김문환 신임 이사장.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뭘 기준으로 해임안 가결, 부결 하시겠습니까?) “그 건 해임안 낸 분이 알겠죠.” (이사장님 입장은 어떤 것인가요.) “말하기 어렵지.” (그럼 전임 김재우 이사장님과 (입장이) 똑같은 건가요?) “그 분이 어땠었는데요?” (김재철 사장에 대해 감싸 안고 비호하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분하고 생각이 똑같으신가요.) “생각을 해봐야지요.” 김문환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에 의해 2년 동안 MBC 시청자 위원을 지낸 바 있습니다. 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고등학교 동문입니다.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해임은 일종의 큰 사건이니까. 본인한테 의견을 듣는 것이 순리죠.” 실제로 김문환 이사장은 김재철 해임안 발의 이후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김재철 사장의 해임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입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린 이날 이사회. 해임안을 두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김문환 방문진 이사장] (이사장님 어떻게 결론이 났나요. 결론 좀 말씀해주십시오.) [최강욱 야당추천 방문진 이사] “4대 4까지 됐다가, 마지막에 찬성표가 나와서 5대4로 해임안이 가결됐습니다.” 예상외로, 김재철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이 가결되자 여당 측 이사들은 서둘러 이사회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는 소식은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대부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후 MBC 정상화가 제대로 진행될 지 우려도 나타냈습니다. [이지윤 / 서울시 동작구] “사장 한명이 공영방송을 이렇게 망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서라도 해임돼서 참 다행이고 참 늦은 결정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안덕상 / 경기도 광명시] “조금 더 지켜봐야되겠죠. 그러니까 사장이 바뀌고 조직구성이 새로 될 거 아니에요. 재편 될 거 아니에요. 그러고 나면 조금 달라지기 시작하겠지 내 생각에는. 그러길 희망하지.” [김재철 MBC 사장] “가장 피해를 받은 사람은 제 자신이다. 제가 MBC 기자생활 31년 하면서 그렇게 먹물을 뒤집어 쓴 적이 없었거든요.” 해임 결의안이 논의되던 이사회장에서 울먹이면서까지 유임을 호소했던 김재철씨는 그러나 바로 다음날 퇴직금 3억 원을 챙기기 위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MBC를 서둘러 떠났습니다. [이희완 민언련 사무처장] “만약에 김재철 사장 같은 제2의 인물, 똑같은 인물이 혹은 더 잔혹한 인물일 수 있는데 그런 인물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 굉장히 큰 국민들의 분노나 이런 것들이 치솟아 오를 것으로 봐요. 큰 저항에 직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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