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기간동안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경실련에 따르면 43개 주요 공약 가운데 절반 가까운 20개의 공약이 아예 없어지거나 후퇴했다고 합니다.
특히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 모두 보험혜택을 받게 해주겠다는 공약 기억하시죠? 이 공약 때문에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분들이 많을텐데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공약은 선거 캠페인용이었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약속 위반에 가슴이 무너지는 사람들을 홍여진 기자가 찾아갔습니다.
<홍여진 기자> 태어난 지 19개월, 두 살이 조금 안 된 하원이.
태어나면서부터 심장 판막이 열려있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습니다. 기관지를 절개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가래조차 뺄 수 없습니다.
[김동욱 / 아버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간단하게 1~2주 정도 입원했다가 수술하고 나서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낳고나서 처음 병원에 들어가서 입원하고 수술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그렇게 심각한 병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목에 이제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가래가 많이 끓거든요. 그래서 가래를 이제 집에서 부모가 빼줘야 되거든요. 수시로 빼줘야 되는데…”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많게는 하루에 40번 이상 해야 합니다.
거추장스러운 호스가 하원이의 생명줄입니다. 한 달 임대료만 80만원이 넘는 고가의 호흡장치가 없다면 하원이는 숨조차 쉴 수 없습니다.
[김동욱 / 아버지] “병원비는 수술로 인해서 든거는 한 5천만 원 정도 들었고요. 그리고 이제 중간에 조그마한 열이 있어도 서울대병원에 입원을 해야 되니까 그런 걸로 해서 한 번 입원할 때마다 50~100만 원 정도 깨지더라구요.” (젊은 부부께서 울기도 정말 많이 우셨을 거 같아요.)
[김성은 / 어머니] “그렇죠. 사실 아이가 아픈데 돈 걱정을 해야 된다는 게 정말 속상하고 비참하고 그래요.”
어린 하원이를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의료기기만 예닐곱 개. 수천만 원짜리 장비도 갖춰놔야 합니다. 일회용 소모품도 한 달에 50만 원 넘게 들어갑니다.
실제 하원이의 병원비는 어느 정도 일까요. 지난 해 석 달간 입원했던 진료비 내역서를 봤습니다. 이 부부가 부담한 돈은 2200만 원. 이 가운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 항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선택 진료비가 많았는데, 1200만 원이 넘었습니다.
[김동욱 / 아버지] “(총 치료비의)70~80%가 보험처리가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떤게 주로?) “선택진료비 같은 부분이 이제 특히 보험처리가 안 됐고요. 아기 같은 경우에 이런 기구들이나 아니면 수술하면서 드는 기구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이제 대부분 보험처리가 안 되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약값부담도 많많치 않습니다. 하원이가 꼭 먹어야 하는 약이지만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성은 / 어머니] (이게 왜 비급여일까요? 필수적으로 아이가 먹을 약인데?) “그게 참 저희도 이해가 안 돼요. 대체조제가 안 되는데 왜 비급여인지.”
남편 혼자 버는 수입은 한 달에 250만 원 남짓. 이 돈으로는 늘어나는 병원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김성은 / 어머니] “저희가 그래서 전셋집을 좁혀서 전세금으로 아이 병원비를 미리 마련해 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돈을 벌어서 저축을 해서 병원비를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 하거든요.”
이랬던 이들 부부에게 지난 대선은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병원비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는 일이 없도록 암과 같은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건강보험이 책임 지도록 만들고...”
[김성은 / 어머니] “그 공약이 더욱 크게 느껴졌어요. 그 분한테는 수많은 약속 중에 하나였겠지만”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 공식 공약집입니다.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비를 모두 포함해 건강보험 급여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이 공약, 여기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선거운동까지 나섰습니다.
[김성은 / 어머니] (부인께서는 많이 기대를 하셨어요? 어떠셨어요?) “저는 의도하지 않게 선거운동을 하게 됐죠. 젊은 계층에서는 다른 대표를 지지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한데, 제가 저희 아이 얘기를 하면서 이게 만약에 어느 정도껏이라도 실현이 되면 참 많이 도움이 된다고 얘기를 했죠. 은근슬쩍.”
남양주에 사는 50대 주부. 이 주부의 남편은 2007년 신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5년여 투병생활 기간 큰 수술만 네다섯번. 하지만 쉽사리 호전은 되지 않았고 현재는 암 말기 상태입니다. 그동안 들어간 치료비만 1억 원이 넘습니다. 이 부부는 한 달에 120만 원을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잡니다.
[홍00 / 환자 배우자] “살아줘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제가 요새 좀 많이 합니다. 올 겨울에 너무 힘들었어요. 이 사람이 암이 굉장히 커지면서 칼슘 수치가 높아지면 사람이 정신이 없고 손발이 다 무능력해져요. 그래서 그냥 식물인간처럼 되어 버려요. 그런 게 작년 가을부터 그런 증상이 오기 시작하더니 이제 두 달 만에 오기도 하고 한 달 만에 오기도 하고 일주일 만에 오기도 하고 그래가지고. 그렇죠 이게 저는 중증질환, 암 이렇게 해서 한 가닥은 그래도 기대는 했죠. 왜 기대를 안 했겠어요.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애초부터 비급여, 즉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며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진영 후보자] “이게 대선 때는 공약을 다 얘기를 하죠. 다 얘기를 하는데 이게 캠페인입니다. 대선기간 이 캠페인과 선거운동과 정책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거예요. 그 이유는 선거운동은 아주 단명하게 나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게 뭐 길게 설명할 수 없고 단명하게 나가고 자세한 설명은 뒤에...”
[홍00 / 환자 배우자] “아니 저는 캠페인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웃기지 않아요? 어떻게 국민한테 이걸 걸고서 캠페인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사회운동도 아니고 하나의 공약을 캠페인이라고 한 것은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보죠.”
[김성은 / 어머니] “‘참 쉽게 말씀하신다’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쉽네. 쉽게 넘어가 버리네? 그냥 이렇게. 약점을 탁 잡아서 이렇게 건드리는 거거든요. 저희한테는 제일 약한 부분이잖아요. 딱 나몰라라 해버리면 속이 많이 아프죠.”
지난 19일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쪽방촌을 방문했습니다.
독거노인에게 따뜻한 위로까지 전한 진영장관. 취재팀은 진영장관에게 4대 중증질환 관련 공약 말바꾸기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었습니다.
[/진영 보건보지부 장관] “열악한 쪽방의 환경을 다시금 확인을 했고요. 가장 취약한 계층이 계시는 곳이니까 항상 관심을 가지고...” (많은 분들이 장관님께 기대가 많이 큰데요. 그 원래 4대 중증질환 비급여...) [장관 비서진/ “그만해. 그만해. 그만하라고...”] (장관님이 답변하신다는 데 왜 그러세요?) (장관비서진/ “그만해 이제 그만 찍어”)
4대 중증질환 관련 환자 수는 50만 명 남짓. 환자의 가족까지 합하면 200만 명이 넘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부담 공약이 이들의 표심 행사에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이제 속았다는 기분마저 들고 있습니다.
[안기종 한국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저는 시골에 있어서 약장수를 많이 보거든요. 와서 꽹가리 치고 노래 부르면서 이 약만 먹으면 100% 다 나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하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같은 사람들 약 사먹고 돈만 주고 효과는 없잖아요. 나중에 그 약장수한테 항의하면 ‘다 낫기는 낫지만 몇 개는 안 낫는다’고 얘기 하거든요. 그중에 해당된다고 얘기하죠. 4대 중증질환도 마찬가지죠. 다 치료비 책임진다고 해 놓고 나중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제외됐다고 말하잖아요. 그게 핵심인데, 이게 말도 안 된는 거죠.”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선거가 일종의 민주주의의 최소한이지 않습니까? 대표를 선출하고 그걸 통해서 이제 국민을 대리해서 국가를 운영하는 것인데, 이 사람들이 선거 때 자신들이 당선되기 위해서 국민들하고 약속했던 내용을 부정하게 되면 선거가 일종의 사기꾼들의 경연대회가 되는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을 꼭 지키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했지만 정작 공약 실천을 보증할 예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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