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기자> 박수를 받으며 이임식장을 밝은 표정으로 떠나는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뉴스타파는 꼭 그를 만나 묻고 싶은게 있었습니다.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안녕하세요. 뉴스타파 이유정 기잔데요. 퇴임 축하드리구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장관으로 계실 때 여러 가지 의혹이 많았잖아요. 의혹과 관련해서... 아, 왜 잡으세요? 그 의혹에도 자리 보전하셨는데...) 뉴스타파의 질문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11일, 과천 정부청사 지하 대강당. 법무부와 검찰 최고위 간부들이 장관 퇴임식 전에 속속 도착합니다. "장관님 하면 ‘사랑합니다.’ 다시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행연습입니다. (장관님) "사랑합니다." (예, 좋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권재진 장관입니다.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원래 취임사는 꿈으로 말하고, 이임사는 발자취로 말한다고 했습니다만...” 이날 권장관의 발자취를 담았다는 동영상이 상영됐습니다. 법무부에서 직접 제작했다고 합니다. "늘 불의와 싸웠고 언제나 약자 편에 섰던 법무부 장관 권재진. 공정한 법 집행에 물음표를 달던 불신의 시기였기에 그의 결심은 단호했습니다. 공정한 법 집행을 취우선 가치로 삼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 권재진. 그의 전직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실에 대한 은폐가 한창 진행되었던 시기에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사실을 재판 도중에 폭로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지난해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뿐만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적극적으로 사건 무마와 은폐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장진수 민간인 불법사찰 내부고발자] "제가 2심 때는 사실대로 하고(밝히고) 싶었거든요. 사실대로 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한 이유는 (파면 안되도록) 벌금형이 나오게 해준다, 누가? 민정에서. 민정. 막강하잖아요. 민정수석실. 우리나라 정부 내에서는 가장 막강한 부서인데, 민정에서 해준다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개입사실은 이영호 비서관의 심복이었던 최종석 행정관의 입을 통해서도 드러났습니다.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 "겨우 틀어막고 있는데 결론은 뻔한 거 아냐. 전면 재수사 불가피 하고 여태까지 검찰수사 한 거 전부 다 그냥 못 넘어갈테고... 그러면 이제 문제는 여기에 관련됐던 모든 사람들이 이제 다 수사선상에 다시 오르고 재수사 해야될 거라고. 그럼 우리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테고 우리 총리실 다 자유롭지 못할테고..." 장진수 주무관은 자신을 무마하기 위해 돈은 건낸 쪽이 민정수석실 장석명 비서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장진수 민간인 불법사찰 내부고발자] "맨날 장석명 비서관, 장석명 비서관 만날 그렇게 장석명 비서관 엄청 훌륭한 분이고 이런 분 한입으로 두말 하는 분 아니다 그거였거든요. 제가 믿고 따라간 게 결론은..." [이재화 변호사]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을 한 비서관 개인이 윗선의 재가없이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겁니다. 그 다음에 공식라인의 윗선은 장석명 비서관 위의 민정수석까지도 보고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보는거죠.”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의혹의 핵심에 있던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시킵니다. 안전한 퇴임을 위한 인사로 해석됐습니다. [박주민 변호사] “검찰이란 조직은 사실 성역없이 수사를 해야하는 조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통제받거나 권력의 눈치를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민정수석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존재죠. 권력의 의중을 살펴야 되고 권력을 보호해야 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존재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성역없이 수사해야 되는 검찰을 통제하는 그런 위치에 온다는 것 자체가 검찰로 하여금 성역없는 수사, 언제든지 공격적인 수사를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예상대로 권재진 장관 부임 이후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 은폐 시도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장관 자신이 수사를 받아야만 할 정황이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각종 의혹이 속출하는 권재진 장관을 감싸기로 일관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엄정한 수사를 위해 권재진 장관이 스스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김선수 변호사] “특히 불법사찰(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권재진 법무부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러나 권재진 장관은 상식 밖의 버티기로 일관했고 뉴스타파의 인터뷰 취재 요구도 번번이 묵살했습니다. (장관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관련해가지고 조사는... 혹시... 말씀을 좀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장관을 지키는 수행원들은 항상 거칠었습니다. [권재진 당시 법무부 장관] (말씀을 좀 해주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말씀을 좀...) “수사 중이니 할 말이 없습니다.” (할 말이 없으신 게 아니라 그러면 조사는 받으셨습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 (엄정한 수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떠세요?) “바빠서 그만 출발해야...” (아니 계속 엄정한 법집행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수사에 걸림돌 되는 거 아닌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염두에 두고 임명했던 권재진 법무부 장관. 기대대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안전 하산 뿐 아니라 정권의 일등공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 천신실 세중나모 회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등에게 사면심사의원장으로서 면죄부를 주는 일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엄정한 법치, 그리고 따뜻한 법치를 말했던 이른바 따법 권재진.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저는 이제 1년 7개월간 재직하였던 법무부 장관직을 떠납니다.” 정부청사를 울리는 박수 속에서 법치도 정의도 실종되었던 시간들이 묻히고 있었습니다. 뉴스타파가 무사히 떠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 의혹에도 자리 보전하셨는데 그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민간인 불법사찰도요. 민정수석실 개입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으로 계셨는데 직접 지시하셨는지 의혹 밝혀주시죠.) 그는 역시 답이 없습니다. 지난 5일 참여연대와 YTN노조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조치 했습니다.
뉴스타파 이유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