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군사정변, 언론자유, 그리고 참말.
한국의 공중파 방송이 5.16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학교 3학년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5.16군사정변이란 말을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기자나 PD들이 '몰라서' 그렇다고 보진 않습니다.
잘 알고 있을겁니다.
정치적으로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단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가 맞습니다. 그런데 과연 '누구에게' 민감할까요?
누가 이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까요?
우리가 떠오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 말이 대다수 시민들에게 민감한 단어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에서 5.16이라고 했건 아니면 5.16군사혁명이라고 방송했 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 방송을 했더라도 아마 대부분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5.16군사정변"이란 말은 문민정부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에 적어넣을 수 있었던 한국 민주주의의 소중한 기록입니다.
군사독재정권에서 벗어난지 불과 20여년 밖에 안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가 이 단어에 녹아있습니다.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기 위해서, 민주화 운동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부르기 위해서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문당했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짓밟혔나요?
5.16군사정변, 5.18 광주민주화 운동과 같은 말에는 정의로웠지만 억울했던 우리 시민들의 피와 희생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참으로 어렵게 얻은 한국 민주주의의 '참말'이란 말이죠.
때문에 한국의 공영방송 KBS나 MBC는 이 5.16군사정변이란 참말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합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기술된 공식적이고 역사적인 규정을 공영방송사에서 기피한다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최근 KBS는 "DJ는 홍어?..."라는 단어를 VJ특공대를 통해 방송했습니다.
VJ특공대에서 이 소제목 "DJ는 홍어?…"가 나오기 직전 방송된 내용은 "부녀 대통령 기받기 열풍"이었구요.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 미화했던 방송이었죠.
특정지역 시청자들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방송 구성과 단어의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사가 시청자들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말들은 별 생각없이 방송하고 권력자가 민감할 수 있는 단어는 철저히 차단하고 검열하고 있는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시청자에게 진실된 '참말'을 해야할 방송사가 권력자에게만 단 "아부"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단 말이지요.
"참말"
제가 지난해 방송3사의 파업 기간동안 가장 가슴 절절히 느꼈던 말이 이 "참말"이었습니다.
천주교 정의사제단의 김인국 신부님이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깃발을 높이든 당신들이 종국에 지키고 싶은 것은 이 '참말'이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을때
제 가슴은 저릿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권력자를 위한 언론자유는 많습니다. 대기업을 위한 언론자유도 만개해 있습니다.
그러나 "참말을 하기 위한" 언론자유는 드뭅니다. 그리고 힘듭니다.
뉴스타파는 언론자유를 추구합니다. 참말을 하기 위해섭니다.
5.16군사정변은 민주헌정을 짓밟은 군사반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