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박혜자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5.16을 군사정변으로 보는가, 혁명으로 보는가 질문 드렸었죠.)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 직답을 드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 청문회에서 516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 말하지 못합니다. 국회의원이 다시 한번 장관 후보자에게 물었지만 또 명확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박혜자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아직도 본인의 5.16과 유신헌법에 대한 답변이 없습니까?) "그 내용에 대해서 제 생각이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지난 몇 년동안 우리 교육이 정치적인 영향이 과도해서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총괄하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서면을 통해 '개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4년 전 자신의 책에서는 5.16을 혁명이라고 지칭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민주헌정을 유린한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 못박은 것입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자신의 입장을 '유보'했습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깊은 공부가 안되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병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5.16쿠데타는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혁명입니까? 군사정변, 쿠데타입니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저의 어떤…제가 그 문제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럴 정도의 깊은 공부는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5.16군사정변이라 부르길 꺼려했습니다.
[서승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윤후덕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5.16에 대해서 국토부장관 후보자 신분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답변을 주셨어요.)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전부 일일이 답변을 드린다는 것이 여기에서 어떨까? 라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서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 후보자도 박정희 유신체제시절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했습니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도 유신독재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한 바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아버지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 직후 만들었던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내각 상당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관 후보자들 상당수는 5.16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 부르길 꺼려합니다.
이쯤 되자 지상파 방송사들도 뭔가 눈치를 보는 모양입니다. 방송 3사의 메인 뉴스에서 장관들이 516 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 부르길 꺼렸다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5.16군사정변을 군사정변이라고 부르길 꺼려하는 장관 후보자들의 행태가 논란이 됐음에도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는 이 사안 자체를 아예 다루지 않은 것입니다.
단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SBS는 5.16 군사정변을 5.16이라고만 말했고, MBC도 같은 날 메인 뉴스에서 군사정변을 5.16이라고만 말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아침뉴스에서 MBC는 5.16을 혁명이라고 방송했습니다. 특히 MBC는 시민들에게 개방한 일종의 문화 공간인 경기도 일산의 사옥로비에도 5.16을 혁명이라고 적시해 놓고 있었습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에서는 5.16 군사정변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던 KBS는 한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서, 대구지역에 대통령 부녀 기 받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다음 아이템 제목은 'DJ는 홍어? 아니 무슨 소리 DJ 보리 굴비’였습니다. 공교로운 것인지 아니면 의도된 것인지는 판단하기 힘듭니다.
외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18대 대통령 선거 전이나 후 모두 일관되게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독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독재라는 말, 쿠데타라는 말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한 시대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의 또 다른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원용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 "(임진왜란을)일본에서는 임진전쟁이라고 표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자신들이 보는 관점이죠. 그러나 한국에서 보면 일종의 역사왜곡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어떤 역사적 사건을 놓고 이 것을 어떻게 부르고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은 지식계라든지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서 확정된 부분들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불렀을 때는, 그렇게 확정됐을 때는 그 부분을 따라가는 것이 상식적 수준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러한 용어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부르려 한다거나 혹은 권력을 가진 쪽에서 부르려고 하는 욕망에 따라간다던지 그런 부분들은 부분적으로는 역사왜곡이고 또 한편으로는 권력에 아부하는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에도 5.16 쿠데타와 박정희 군사정권이라고 명확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5.16은 군사정변입니다. 박정희 정권은 군사 독재 정권이라는 게 이미 정립된 역사적 평가입니다.
[이성호 배명중학교 역사 교사]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혁명이라고 찬양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게 한 나라에서 국민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할 가치라든지 이러한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이 군사정변 또는 군사 쿠데타라고 정리가 된 상태고, 그리고 이미 그렇게 가르쳐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권력자보다 앞서 권력자의 마음을 읽고, 권력자의 심기를 불편케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장관 후보자들과 공영방송사들.
5.16 군사정변이란 단어자체가 금기어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세상.
[박근혜 대통령]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백만 해외 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대한민국의 제 18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하지만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부르지 못하고, 독재를 독재라 말하지 못하는 그런 세상을 새로운 희망의 시대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