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는 수사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70여 일을 넘겼으나 여전히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해 무능 수사, 늑장 수사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IT분야 전문가인 한양대 김인성 교수는 경찰이 사건 초기에 각종 인터넷 로그기록만 제때 확보했으면 국정원 의혹 사건은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는 수사”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경찰 수사 과정을 보면 과연 경찰이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국가 정보기관이 정치 개입 논란에 휘말린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국정원 사태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열쇠를 쥔 기관은 경찰이지만, 지금까지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초기에 제대로 수사만 했다면 일주일 안에 끝낼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지적합니다. 오대양 기자입니다. <오대양 기자> 경찰수사는 사건 초기부터 빗나갔습니다. 인터넷 관련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 서버 접속기록의 확보. 그런데 달랑 pc와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만 분석하고서는 성급한 결론을 내립니다,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시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어떤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식 밖의 발표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김인성 한양대 교수] “인터넷 사이트 쪽에 어떤 증거들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됐는데 조작했거나 작업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지요. 그런데 그 것을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면 그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용감하게 말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정원 직원 김 모씨에 대한 혐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오늘의유머’ 사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트 접속 증거, 그리고 ip 추적을 위해 통신사 서버의 접속기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경찰은 민주당의 고발 이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오유 사이트 서버를 압수수색하고, 한달 뒤에야 다른 포털 사이트와 통신사에 대한 접속기록을 확보합니다. 신원 확인 작업과 혐의 입증이 그만큼 늦어졌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사건발생 초기 투입됐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소속의 전문인력도 나흘만에 중간발표를 끝내고는 철수해버렸습니다. 수서경찰서가 사건수사를 전담하게 됐지만 정작 중요한 시점부터 인력보강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 수사가 더디게 진행될 수록 유리한 쪽은 국정원입니다. [김인성 교수 인터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로그 기록같은 것을 오래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빨리빨리 해서 증거를 확보했었어야하는데 벌써 두 달이나 지났기 때문에 다른 사이트 같은 경우는 그 당시 기록이 사라져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기도 힘들 정도로.” 경찰이 신속하게 각종 서버의 기록을 확보하고, 충분한 전문인력을 투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인성 교수 인터뷰] “이런 조사는 거의 일주일만에 해결할 수 있는 거구요. 기록을 받으면 경찰에서 충분히 가능하지요. 오히려 관리자들은 관리를 할 줄 알지만 범죄수사는 힘들기 때문에 경찰들이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결국 애초부터 경찰의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을 한창 수사하고 있던 수서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을 정기인사라는 이유로 지난달 전보 발령했습니다. 국정원 김 씨의 협력자로 알려진 이 모씨에 대한 수사의지를 피력하던 담당 수사과장이 교체된 것 자체가 경찰수뇌부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경찰은 당초 설연휴전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그 뒤로도 한달이 다 지나가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임병숙 전화인터뷰] "(이 씨 소환조사 이후에 수사에 진전이 있었습니까?) 변동 없어요. 특별한 것 없습니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경찰 수사로 알려진 것은 국정원 직원 김 모씨와 아이디를 공유해 활동한 또 다른 피의자, 이 모씨가 있다는 사실 뿐입니다. 취재진은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만나 늑장수사의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보려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기다리는 것조차 제지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오늘 못 만난다니까요.” 직접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김 청장은 통화 자체도 거부했습니다.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홍보계에서 얘기를 들었는데요, 국정원 이런 것 가지고 전혀 말할 생각이 없어요. 수사 진행 중인걸. 전화 끊겠습니다.” 납득가능한 해명 대신 고소를 남발하는 국정원. 공정한 수사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 경찰.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실체가 명백히 규명되지 않는다면 새 정부에서도 국정원과 경찰의 신뢰는 회복되기 힘들 것입니다.
뉴스타파 오대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