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잠수사 53살 이광옥 씨는 6일 새벽 6시 6분, 침몰한 세월호 선체와 바지선을 연결하는 유도줄을 옮겨 다는 작업을 위해 잠수했다. 그러나 잠수 10여분 만에 24미터 수심에서 송수신기를 통해 호흡이 가빠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통신이 끊겼다.
바지선에 대기 중이던 해경 잠수요원들이 급히 뛰어들어 건져 올렸을 땐 이미 호흡이 멎은 상태였고 헬기로 긴급 이송했지만 7시 26분에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댐 건설 현장 등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 30년의 베테랑 잠수사였고 사고가 난 수심도 그다지 위험할 정도의 깊이는 아니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 씨가 수중에서 발견될 당시 공기공급 장치를 벗은 상태였고 공기 공급 호스와 주변의 다른 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고 말했다. 호스가 꼬여 공기 공급이 차단되었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혼자서 수습하려다 변을 당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씨는 어제 오전 11시쯤 현장 바지선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다 오늘 새벽 첫 잠수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 씨가 왜 혼자서 잠수했느냐는 점이다.
‘2인 1조’ 원칙 어긴 단독잠수.. ‘무리한 작업’ 누가 지시했나?
민간 스쿠버 다이빙을 포함해 모든 잠수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2명씩 짝을 이루는 것이 원칙이고, 지금껏 세월호 사고해역에서도 이 원칙에 따라 구조작업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경 측은, 유도줄을 옮겨 다는 작업은 선체 진입에 비해 쉬운 편이어서 관례적으로 단독 잠수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다가 철수한 한 잠수사는 현장에서 혼자서 잠수하는 일은 전혀 없었으며 유도줄 설치도 한 사람이 뒤쪽에서 호스 상태 등을 봐주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언딘 소속’ 떠넘기려다 ‘정부 직접 동원’ 들통.. ‘오락가락 해명’
정부는 이 씨의 단독 잠수 경위뿐만 아니라 그의 소속을 놓고도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범정부대책본부는 6일 오전 8시 25분 긴급 보도자료에서 이 씨가 언딘 소속이라고 밝혔다가 10시 브리핑에서는 인명구조협회를 통해 모집된 잠수사라는 이야기가 있어 확인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정부는 지난 3일 전국적으로 민간잠수사 동원령을 내렸고 1차로 13명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방문한 4일부터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추가로 5일 인명구조협회를 통해 팽목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언딘의 바지선으로 배치돼 오늘 새벽 첫 잠수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언딘 관계자는 “해경이 자신들에게 잠수사 동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이미지가 나빠져 있어 모집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그랬더니 해경이 자력으로 1차로 제주도 쪽에서 잠수사 13명과 바지선을 데려왔고 2차로 인명구조협회를 통해 잠수사 5명을 모았는데, 이 씨는 그 중 가장 먼저 도착해 언딘의 바지선에서 작업하도록 배치된 2명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언딘 소속 민간잠수사들, 사고 시 보상 못 받을 수도
숨진 이 씨의 경우 정부 요청에 따라 동원된 것이 최종 확인되면 수난구호법에 따라 국가 차원의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 언딘 소속으로 활동 중인 20여 명의 민간잠수사들은 현장에 급하게 투입되느라 정식 고용계약과 보험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언딘은 국가의 요청으로 투입된 업체여서 모든 구난 비용을 차후에 정산받을 수 있지만, 언딘이 일시 고용한 민간잠수사들은 고용 계약 관계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할 경우, 자칫 사망이나 부상 사고를 당해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범정부대책본부 관계자도 “만약 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고용 관계가 불분명한 언딘측 민간잠수사들이 사망할 경우 보상 책임이 국가에 있는지 언딘에 있는지 여부는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적인 참사의 수습을 위해 동원된 민간 잠수사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주먹구구식 재난 관리 시스템이 또 다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