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경과 유착된 일부 단체가 민간 구조활동을 독점한 게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의 원인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다음날인 17일 아침 해양수산부는 상황보고서(11보. 17일 06:00 작성)를 통해 “전국 잠수가능자 소집하여 대규모 수중 구조작업 교대실시 및 민간장비 동원 선내 생존자를 위한 선내 공기주입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실제 이날부터 수많은 민간 잠수사들이 자원봉사로 수중 구조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진도 팽목항에 몰려들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관리해 구조작업에 투입하고, 통제하는 역할은 어디서 했을까? 진도에 온 민간 잠수사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당연히 해경이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민간잠수사 접수와 구조작업 투입 업무는 한국해양구조협회라는 단체가 담당하고 있었다. 실제 팽목항의 해경 지원센터 맞은편에는 이 협회의 현장 사무소가 자리잡고 있다. “민간 구조지원 접수처”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구조협회는 잠수사들을 17일 2명을 시작으로 많게는 하루에 18명씩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현장에 투입된 일부 민간 업체 두세 곳도 해양구조협회 소속 회원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협회에 비해 전통이나 실력면에서 뒤질 게 없는 한국수중환경협회나 UDT동지회 등 다른 민간 수중 구조 단체들은 구조 지원 활동에서 배제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해양구조협회는 회원사 뿐 아니라 다른 단체의 민간 잠수사도 구조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며 독점 의혹을 부인했다. 과연 해양구조협회는 어떤 단체일까?
2012년 개정된 수난구호법은 해양 재난사고가 났을 때 민관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경과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수난구호 협력기관으로 해양구조협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해양구조협회는 해양경찰청장이 감독하고 사업계획과 예산을 승인하는 법정 비영리단체이다. 해양수산부 시행규칙은 민간구조대에게 활동비와 선박 유류비, 동원 수당, 교통비, 숙식비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해양구조협회는 이 법에 근거해 2013년 1월 설립됐다. 해양 사고 때 민관협력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임원진의 면면을 보면 해양 구조 전문 단체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우선 비상근인 총재는 철강회사 대표, 상임 부총재는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맡고 있고 부총재와 이사진 대부분이 해수부와 해경 산하 유관단체인 해운조합과 수협, 선박 검사기관과 해운 관광회사 대표들로 구성돼 있다. 고문진은 주로 정치인과 기업인, 대학 총장들로 채워져 있다.
해난구조와 관련된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이번 세월호 침몰 이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해운조합 같이 해난 사고 발생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기관이나 업체가 무더기로 포진돼 있다.
해양구조협회와 함께 민간부문에서 구조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또 다른 주체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계약해 현장에 투입된 언딘 역시 해양구조협회의 회원사이다. 언딘의 대표는 구조협회의 부총재다. 언딘은 세월호 침몰 당일 밤 작성된 해수부 상황보고서에 이미 인양업체로 선정된 사실이 적시돼 있다.
이처럼 해경과 연결된 해양구조협회와 사고 선사인 청해진과 계약한 업체 언딘이 민간 구조 작업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민간 잠수부를 모아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말은 무색해 지고 말았다. 하지만 세월호 구조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해경은 이런 상황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2일째, 정부의 약속을 믿었던 실종자 가족들의 절망과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