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구축한 ‘지능형 해상교통관리 시스템’이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한 이유가 세월호에 시스템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해경 측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위험 경보가 각 지방해경청 등에 자동으로 전파되지 않은 이유가 실제로는 시스템 부실 때문이었으나 해경은 그 책임을 세월호 탓으로 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지난 2012년 3월, 인천에 있는 해경본청에 ‘지능형 해상교통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든 해상 선박의 위치와 운항 정보를 기초로 사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해 해당 선박은 물론 지방 해경청과 구조기관, 정부와 지자체에까지 위험 경보를 자동 전파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당시 해경 보도자료에 따르면 선박 간 충돌 뿐만 아니라 항로 이탈과 ‘갈지자 항해’까지 실시간으로 감지해 위험 경보를 보내줄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해경은 현재도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세월호가 급선회하며 항로를 이탈했던 16일 오전 8시 48분 무렵, 해경본청에서 지방청과 구조기관 등으로 위험 경보가 자동으로 전파돼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해경은 세월호가 150만 원 짜리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던 바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해명은 거짓말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해경이 말한 단말기는 시스템이 파악한 위험 정보를 해당 선박이 수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할 뿐, 유관 기관에 자동 경보를 전파하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항로 이탈에 따른 위험 상황은 AIS, 즉 선박자동식별장치만으로 감지할 수 있으며, 세월호에 단말기가 없었다 해도 해경본청에서 각 지방 해경청과 구조기관, 지자체 등으로 일제히 위험 경보가 자동 전파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경이 세월호의 단말기를 문제삼은 것은 지능형 관제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책임을 세월호 탓으로 돌리려 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본청의 지능형 시스템이 자동 경보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시스템 자체의 부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이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2012년 이 시스템을 구축한 직후부터 실효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로를 약간 벗어나거나 악천후의 영향으로 조금씩 흔들리는 것도 위험 상황으로 인식해 자동 경보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경보가 울렸지만 알고 보니 별 문제가 없는 이른바 ‘양치기 경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웬만한 경보들은 무시하게 됐고, 아예 자동경보 기능을 꺼놓는 일이 잦았다는 제보도 있었다. 그래서 해경 직원들 사이에선 지능형이 아니라 ‘저능형’ 시스템이라는 농담도 흔하게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이번 세월호 사고 당시 지능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뭔지 확인을 요구했지만 해경은 계속해서 대답을 피했다.
무려 22억 원을 들인 해경의 지능형 관리시스템이 본래 설계대로 가동됐다면 세월호의 초기 구조 시간을 20분 가까이 앞당길 수도 있었던 만큼,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