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2014/04/26 03:26


1. 소식 듣고 현장까지, 신속했던 어민들


여객선 세월호 침몰 현장 인근에 있는 섬마을 관매도의 이장 고경준 씨.

그는 4월 16일 아침, 또 다른 섬 조도에 머물고 있었다.

볼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 씨가 한 지인의 전화를 받은 시각은 9시 5분

맹골수도 해역에서 큰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한다.




고 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볼일은 제쳐두고 여기 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로 인근 섬마을 주민들이었다. 


20여분 뒤. 해경이나 군청의 통보는 없었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고 씨는 관매도 어촌계장 고용민 씨에게 전화를 건다. 두 사람은 먼 친척 관계다.


이장 고씨는 한달음에 관매도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관매도와 조도는 배로 30여분 거리, 빨리 주민들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게 급했다.


9시 30분. 어촌계장 고용민 씨는 당시, 항구 앞 작업장에서 주낙을 꿰고 있었다. 그는 이장의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마을회관으로 달려가서 한 쪽 구석 조그만 탁자 위에 놓여있던 마이크를 잡았다.

90여 가구가 사는 관매도에 어촌계장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렸다. 여객선이 침몰하니 빨리 구조에 나서자는 외침이었다. 


그 때가 9시 32분쯤이었다.




방송을 들은 주민들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하던 일을 멈추고 부두로 달려갔다. 항구에 묶여있던 어선 여러 척이 방송 뒤 10분도 안 돼 사고 현장으로 떠났다. 






이처럼 조도에 있던 이장 고 씨가 해경 등 관공서가 아닌 지인의 전화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한 후 관매도 어민들이 구조를 위해 바다로 나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고 인근 섬 주민들은 대부분 이렇게 자발적으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침몰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섬, 동거차도와 서거차도의 주민들도 사고 소식을 들은 각 마을 이장들이 방송으로 침몰 현장을 알리자 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2. 우왕좌왕, ‘골든타임’ 날린 정부


같은 날 아침 8시 52분 32초.

전남소방본부 119로 세월호에 탑승한 한 학생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는 다급했다.


그러나 119는 소방본부다. 해상에서 사고가 나면 정부의 체계상 해경에 전화해야 했다.


해경의 응급전화번호는 122. 그러나 이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전남소방본부는 응급전화를 받고 2분여가 흐른 뒤인 54분 38초해상 안전을 관할하는 해경 상황실로 전화를 넘긴다. 

 



해경상황실 : "여보세요.여기 목포 해경상황실입니다.지금 침몰중이라는데 위차가 어디예요.배가 어디 있습니까?"

학생 : "위치를 잘 모르겠어요. 지금 여기가."

해경상황실 : "위치를 잘 모르시겠다고요?거기 GPS 경위도 안 나오나요?경도와 위도?"
학생 : "어 어제 어제."
해경상황실 : "어제 출항하셨다구요?"
학생 : "어제 8시에 출발한 것 같아요."
해경상황실 : "배 이름이 뭡니까? 배 이름."
학생 : "세월호요.세월호."
해경상황실 : "세월호. 이게 상선인가요 뭔가요?"
학생 : "예?"
해경상황실 : "배 종류가 뭐예요? 여객선인가 아니면 어선인가요?"
학생 : "여객선"


8시 56분 51초. 전남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로도 탑승객들의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경  찰 : "배가 침몰 직전이라고요?"

신고자 : "예 예 세월호 세월호 인천에서 제주 들어오는거 인천에서 제주 들어오는거 빨리..."

          (알아 들을수 없는 외침)

신고자 : "움직이면 안 된다고"

경  찰 : "여보세요?"

신고자 : "예 예 배가 침몰된다구요"

경  찰 : "지금 어디에서,제주 들어오는 배에요?"

신고자 : "인천배 인천배 인천에서 제주도 들어오는거 지금 배가 예 지금 45도 기울어져 가지고"



8시 52분에 첫 구조 요청을 받아놓고도 정부는 58분에 사고를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또 8분이 흐른 9시 6분.

세월호가 관할 해역에 진입한 이후 2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아무런 교신도 하지 않던 진도 해상관제센터는 목포해경의 연락을 받고서야 사태를 파악한다.


9시 6분. 이 시각은 관매도 이장 고 씨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고 씨는 이 사람이 해경이나 군인,공무원은 아니라고 취재진에게 확인했다)에게 세월호 사고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시각보다 늦다. 진도관제센터는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은 이유를 여전히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3. 보여주기식 탁상행정 정부, 분노하는 실종자 가족 


9시 6분 이후라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해수부의 종합상황실이 세월호와 관련해 처음으로 작성한 상황보고서 1보.


제목은 침수사고 보고, 침수로 경사 50도, 승선인원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고 적혀 있다. 첫번째 조치 사항은 해경배 4척,함정 7척,헬기 3대 출동, 인근 유조선에 구조협조 요청,그리고  관련부서 전파였다. 당시의 긴박한 상황은 전혀 볼 수 없다. 


2보에는 승선인원이 4명 늘어난 475명으로 바뀌었다. 11시 현재 475명중 140명을 구조, 인명피해 없음, 보험 현황 1인당 3억 5천이라고 적혀있다.


이 때는 세월호 선체가 전부 물에 잠겼을 때지만 제목은 여전히 침수보고. 1보 조치 사항과 비교하면 헬기 1대가 늘어났을 뿐이다. 해수부 장관의 해경청 방문예정도 중요 사안으로 기록돼 있다.


3보는 11시 20분 작성.


당시 세월호는 완전 침몰 상태였지만 제목은 여전히 침수보고. 역시 인명피해 없고 승선자 475명 중 161명 구조한 것으로 보고했다.


4보는 11시 50분그때야 제목을 침수,전복 사고로 바꿨다.


5보는 오후 1시477명 중 2명 사망, 350명을 구조했다고 보고했다. 일련의 상황보고를 보면 구조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6보는 오후 3시큰 혼란이 일어났다. 350명이라던 구조자가 164명으로 정정됐다.


이 시간 이후 사고 열흘째인 25일까지 구조자는 1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도대체 정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일까?





476명의 승객과 선원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서서히 기울어지면서 두 시간 가까이 구조를 기다리다 침몰했다.


근처에 살던 섬 사람들은 관의 협조 요청이 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전화를 걸고 마을 방송을 해서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는 신고를 받고 난 이후 지금까지 그야말로 우왕좌왕하며 무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악몽같은 열흘이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에 짓눌리고 있다.




[서거차도 선장 인터뷰]

"저도 작년에 해난사고 당해서 그 분들 심정 누구보다 잘 알죠. 찾으면 참 다행이예요…

 비록 운명 달리했지만 부모 곁으로 와야 하잖아요. 못 찾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있어요. 저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 7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뉴스타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kswjd1045

    너무 적절한 보도입니다. 소식듣고 한탄을했네요.어떻게 국가 시스템이 동네주민보다 못할까?

    2014/04/26 19:18 [ ADDR : EDIT/ DEL : REPLY ]
  2. 황성환

    정말 이나라가 싫어집니다. 고위관직부터 총살제도 만들어서 총살 쭉 시키면서 아랫물로 내려오는 제도가 있으면 좋겠네요.

    2014/04/26 19:51 [ ADDR : EDIT/ DEL : REPLY ]
  3. 김성규

    국가가 일개 어촌보다 못하다면 국가의 통치를 저 어민들에게 맏겨야 하는 것인가??ㅠㅠ

    2014/04/26 19:58 [ ADDR : EDIT/ DEL : REPLY ]
  4. 분개한 국민

    이건 인재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정도면 대통령과 총리는 대국민 사죄해야 하지 않나?

    2014/04/26 20:45 [ ADDR : EDIT/ DEL : REPLY ]
  5. 우리 어민들이 일사분란하고 본인의 생명을 아끼지 않는 마음으로 귀한 생명을 구하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당일날 오후에 뉴스를 봤을 때 인근 주민들이 배가 1시간 정도 서있는 것을 봤다는 인터뷰도 봤는데, 이때즘이면 해경, 관제센터 등이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을지 않을까요? (국립해양조사원도 처음에는 사고 예상 시간을 8시 반이라 했고, 인터넷에 계속 떠도는 7시 20분 자막설) 그리고 전원구조란 대형 오보도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되었는지도 조사해주세요.

    뉴스타파와 같은 몇 안되는 언론이 이 사회의 진실을 추적하는데, 무한 응원을 보냅니다.

    2014/04/26 21:26 [ ADDR : EDIT/ DEL : REPLY ]
  6. 고구려

    정말 저렇게 주위에서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참 다행인데요.

    큰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조난 당할 수도 있고 하니까 재난 시 무조건 재빠르게 선장및 승무원님들이 구명보트 내려가며 승객 전원에 구명조끼 착용시켜 질서 있게 배에서 우선 탈출해야 함다!ㅡ

    2014/04/27 01:53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랑백

    국민이 정부보다 낫나요..
    그나마 희망입니다.
    어민들처럼만 행동했어도 최소한의 사고로 끝날 수 있었을텐데...

    2014/04/27 05:41 [ ADDR : EDIT/ DEL : REPLY ]
  8. 태평성대

    이 재앙은 국가 공무원 조직의 총체적 부실때문이다. 그 많은 무슨처 무슨관.. 관공서 만들어 공무원들 앉혀 놓으면 뭐하나. 세금만 말아 먹지. 우리나라 5천년 역사속에 국가와 정부 공무원이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준 적이 없다. 나라의 위기가 닥치자 선조임금도 이승만도 줄행량.... 지금 박근혜와 그의 측근세력, 관료들도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진정 누구를 위해서 세금을 내는지 모르겠다

    2014/04/27 06:11 [ ADDR : EDIT/ DEL : REPLY ]
  9. 진도군 병풍도

    안녕하세요. 이 내용도 추가해주시길 바랍니다. 해수부 종합상황실의 보고서에서 노란박스 부분을 보시면 신안군 병풍도 북방 1.7마일 해상이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정작 사고가 난 곳은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인데, 신안군이라고 적은 것이죠.. 정작 사고당일 인터넷 뉴스기사를 보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마일 해상이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에 '병풍도'라고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신안군 병풍도가 나오는데, 그냥 인터넷 검색하고 신안군이라 적은 겁니다. 또한 네이버지도를 캡쳐하여 보고서에 올린 것입니다. 국민을 지켜줘야할 정부가 이렇게 허술한 시스템으로 보고에서 부터 대충대충하고 있으니 구조도 느려진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14/04/27 17:11 [ ADDR : EDIT/ DEL : REPLY ]
  10. 준여니

    4월16일 오전7시8분 진도VTS 관할 구역 진입시부터 오전9시6분까지의 세월호와 진도VTS 교신 내역 밝혀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4월15일 밤 인천항부터 4월16일 오전7시8분 진도VTS 관할 구역 진입시까지의 세월호의 항로와 교신 내역 전부다 밝혀져야 합니다.

    2014/04/27 17:31 [ ADDR : EDIT/ DEL : REPLY ]
  11. 통통이

    조도,거차도,관매도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랫만에 인간적인 모습을 봅니다.

    2014/04/27 18:30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빠

    무엇이 그리도 두려울까요?
    국민의 생명보다 앞서야 할 게 있나 보네요

    2014/04/27 22:01 [ ADDR : EDIT/ DEL : REPLY ]
  13. 강나루

    앞으로는 어민들에게 구조 요청 해야할듯

    2014/04/28 01:00 [ ADDR : EDIT/ DEL : REPLY ]
  14. 서종철

    이거... 어쩝니까??/
    어쩐데요...??
    눈물이 나려 하네요..

    2014/04/29 10:18 [ ADDR : EDIT/ DEL : REPLY ]
  15. 동동

    해양수산부 종합상황실의 세월호 침수사고 보고(1보, 2보)의 세월호 위치를 표기했는데 이것마저도 틀렸네요
    신안군 병풍도 북방 1.7마일 해상이 아니라
    진도군 병풍도 인데 말이죠..
    신안군에도 병풍도가 있긴 합니다만....
    해수부의 초기 대응이 이렇게나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2014/04/30 19:05 [ ADDR : EDIT/ DEL : REPLY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