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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떠다니는 시한폭탄' 노후선박..안전검사는 말뿐


정부는 2009년 선령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노후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핵심 대책들 대부분이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노후선박 검사 강화를 위해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최산 검사 장비는 거의 도입되지 않았고,  검사 인력도 전혀 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양안전 총괄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런 현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


해수부 등 “해양사고 막겠다” 매년 ‘해사안전시행계획’ 발표



▲ 해양수산부 등은 2012년부터 해양사고를 막기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을 담은 ‘해사안전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 해양 사고를 막겠다며 2012년부터 매년 ‘해사안전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양수산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합동해 만든 해양 안전 관련 대책과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담겨 있다. 정부는 이 시행계획을 통해 선령규제 완화에 따라 크게 늘어난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선박에 대한 안전 점검 강화를 강조했다. 


선박 안전검사 대행기관은 해수부 산하의 준 정부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이다. 해수부의 관리감독 하에 선박의 안전 검사를 대행하고 노후 선박 안전 강화에 대한 정부 정책을 집행한다. 뉴스타파는 선박안전기술공단에 정부가 약속한 노후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 계획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물어봤다. 


“최신 검사 장비 확충하겠다”, ”검사인력 늘리겠다” 공수표 계획


먼저 정부가 노후선박에 대한 정밀 검사를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첨단 검사기구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노후선박 윤활유 성능검사 기구인 ‘동점도 측정 테스트 키트’ △선박의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 검사하는 ‘내시경 검사장비’ △선박의 두께를 측정하는 두께측정기 △발전압을 정밀 검사하는 ‘내전압 검사기’ △선체의 재료를 시험하는 ‘디지털 온도 측정기’ 등이 그것이다.

 


▲ 정부는 2012년, 2013년 2년 연속 내시경검사장비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이 장비는 공단 15개 지부 가운데 인천과 부산 두 군데만 비치됐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가운데 실제  도입된 장비는 내시경 검사장비 2대와 두께측정기 5대가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시경 검사장비는 공단 15개 지부 가운데 인천과 부산 두 군데만 비치됐고, 선박검사에 필수적인 두께 측정기는 이제야 각 지부에 1개씩 배치된 실정이다. 


나머지 장비들은 아직 구입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공단 관계자는 “계획이 100% 시행되는 경우는 없다”며 “해양사고 예방을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서 정부에 제출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실천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노후선박 검사원 수 증강”도 말잔치에 그쳐..1명도 늘지 않아


그렇다면 실제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할 검사 담당 인력은 늘었을까. 정부의 약속과는 달리 검사원 숫자는 지난해와 올해 1명도 늘지 않았다. 공단의 검사원은 157명이며 1인 당 연 133척의 선박을 검사한다고 공단측은 전했다. 


또 공단에 초음파 검사 등 ‘비파괴검사’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공단은 2012년부터 비파괴 검사를 통해 선체 강도 취약 부분을 정밀 검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검사 계획만 내세운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에는 비파괴 검사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외주업체에 검사를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매년 거창하게 발표했던 노후 선박 안전 강화와 관련한 다른 계획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세월호처럼 외국에서 도입되는 여객선에 대해서는 해상 시운전 검사를 강화하고, 검사항목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단은 각 지부에 “시운전 검사를 강화하라”는 공문 전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노후선박 수입에는 안전검사도 무용지물



▲ 노후선박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안전하지 않은 외국 노후선박까지 무분별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놓고는 안전검사를 강화하라는 게 앞뒤말이 맞지가 않다"며 "노후선박들을 검사하다보면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불안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정부는 해운업계의 숙원이었던 선령 규제 완화를 허용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안전검사 강화를 내세웠지만 결국 말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노후선박 검사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단에 세운 계획은 공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해수부가 모두 파악하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단의 한 관계자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현재의 안전검사 시스템으로는 노후선박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정부가 연식이 오래된 선박을 무분별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던 것부터 잘못”이라며 “세월호처럼 일본에서 폐선될 나이였던 선박들이 대거 우리나라에 수입되면서, 검사하는 입장에서 볼때 아무리 안전검사를 한다고 해도 불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을 계기로 외국에서 노후선박을 수입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편승해 안전정책까지 규제를 풀어버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