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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은닉자금 방콕은행에?


김우중 은닉자금, 방콕은행에 있나?





뉴스타파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자금 향방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뉴스타파는 ICIJ, 즉 국제탐사보도 언론인 협회가 확보한 PTN 내부 이메일과 자산관리공사와 김우중 회장 사이에 진행됐던 민사소송 판결문(2008.1.25. 선고)을 통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자금이 다수의 페이퍼 컴퍼니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 김우중 전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가 옥포공영이라는 회사를 통해 베트남의 호화 골프장인 번찌 골프장을 실제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은 지난 93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따낸 베트남 골프장 개발사업권이 ‘노블 에셋’과 ‘노블 베트남’이라는 유령회사를 거쳐 아들인 선용 씨에게 옮겨간 흐름을 정밀 추적한 끝에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PTN 내부 문서를 추가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노블 에셋’과 ‘노블 베트남’ 사이에 대규모의 수상한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음은 유령회사 ‘노블 에셋’ 관리 대행업체였던 PTN 내부 직원들 간의 이메일 내용 중 일부이다. 이메일을 교신한 직원들은 ‘노블 에셋’의 차명 이사(director)이기도 했다.


"송금 통지서를 보니, 방콕은행의 뉴욕 지점이 ‘노블 에셋’ 지시를 받아 ‘노블 베트남’으로 2003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6백 7십만 달러를 보낸 것으로 나온다. 우리는 ‘노블 에셋’이 방콕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Around May 2006, the directors were shown copies of a number of remittance advice from Bangkok Bank Public Co. Ltd, New York Branch to Noble Vietnam Co. Ltd dated from 11 September 2003 to 4 May 2006 totaling around US$6.7M. It was noted on the remittance advice that the remittance was by order of Noble Assets Pte Ltd. The directors are not aware that the Company has any account with the Bangkok Bank Public Co. Ltd nor the source of funds for such remittances.)





이 PTN 직원들은 비록 이름을 빌려준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자신들이 ‘노블 에셋’의 이사인데도 자금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적잖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이메일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지난 2004년 말 기준으로 단 2달러를 소유한 회사인데 말이죠”

(The balance sheet as at 31 December 2004 shows that the Company has S$2 in assets)


즉, 유령회사 대행업체인 PTN 직원들도 모르는 돈 6백 7십만 달러가 수년 동안 방콕은행을 거쳐 ‘노블 베트남’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지난 2002년 제기된 자산관리공사와 김우중 전 회장 사이의 민사소송의 판결문에서 다시 방콕은행의 존재와 대규모 자금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08년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피고인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 미주법인을 동원해 홍콩에 있는 ‘KMC’란 페이퍼 컴퍼니에 수천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KMC’란 유령회사는 이 돈 가운데 2500만 달러를 데레조프스키라는 인물이 개설한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 판결문을 보면 데레조프스키라는 러시아식 이름은 가명일 뿐, 실제 주인은 바로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라는 사실이 나온다. 지난 2000년 김선용 씨가 데레조프스키라는 가짜 이름으로 방콕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두 기록을 통해 드러난 사실들을 묶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선용 씨는 이미 2000년부터 방콕은행에 러시아인 이름으로 비밀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그리고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미주법인 등 여러 회사를 거쳐 빼돌린 거액의 자금을 2000년 4월 13일 선용 씨의 방콕은행 계좌에 송금했다. 김선용 씨는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아버지가 사업권을 따놓았던 베트남의 최고급 골프장을 인수한다. 인수 과정에서 동원된 ‘노블 에셋’ 등의 유령회사들도 역시 방콕은행을 통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거액을 거래한다. PTN 내부 이메일을 보면 유령회사 관리 대행업체인 PTN 직원들마저 ‘노블 에셋’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의문을 가지고 결국 대행 서비스를 중단해 버린 것으로 나온다. 재무제표 상 자산이 단 2달러가 전부인 회사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6백 칠십만 달러를 거래했으니 가장 은밀한 거래도 도와주기로 정평이 나있는 PTN 직원들마저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역외 유령회사 설립대행 회사인 PTN 내부 이메일과 한국의 법원 판결문. 이 두 가지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콕은행 비밀계좌의 존재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 씨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 김우중 전 회장이 있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즉 김선용 씨가 베트남의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유령회사와 방콕은행 계좌를 통해 오간 거액의 돈이 김우중 전 회장의 은닉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김선용 씨의 베트남 번찌 골프장 보유’ 사실을 취재할 당시 김선용 씨측과 접촉했던 전화번호를 통해 방콕은행 계좌와 관련된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번호가 삭제돼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