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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교과서’, 일본 우익에게 기회를 주다


‘뉴라이트 교과서’, 일본 우익에게 기회를 주다 



교학사 교과서는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이 포함돼 있으며, 친일파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과서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일본 현지에 가 직접 들어봤다. 



-일본, 무관심 속 은근히 반색 


일본 언론은 한국의 교과서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주요 언론 가운데는 우익 성향 산케이가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포함하고 있으며, 일본 교과서 문제에 개입했던 한국이 반성해야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은 분위기가 다르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기사 댓글에는 한국의 ‘교학사 교과서’를 반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http://military38.com/archives/32020398.html, 

http://www.j-cast.com/2013/09/05183091.html?p=all 등의 사이트에는 <모처럼 한국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하고 있는데 응원은 못할망정 왜 비판을 하냐>, <한국에서도 드디어 어느 정도 제대로 된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구나.>, <군수 노동과 종군위안부를 같은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점은 흥미롭네요.>와 같은 내용의 글이 수십 건 씩 올라와 있다. 대부분 ‘늦었지만 일본의 식민지배로 한국이 근대화를 이뤘다는 점을 한국 스스로 인정해 다행이다’라는 반응이다. 



-말을 아낀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본 후소샤 교과서를 만든 ‘새역모’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인터뷰 약속을 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새역모는 하루만 에 입장을 바꿔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새역모의 회장 스기하라 세이시로는 자신의 발언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만든 한국의 뉴라이트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일본 ‘교과서 네트워크21’, “일 우익, 교학사 교과서 악용할 것” 

  

일본에서 교과서 역사 왜곡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 운동을 벌여온 교과서 네트워크의 타와라 요시후미 대표는 일본과 한국의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이른바 ‘역사 전쟁’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새역모 등은 아베 정권, 자민당 내 교과서 의원연맹 등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데, 한국도 뉴라이트 세력도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의 우파 의원들과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타와라 대표는 또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는 일본의 우익이 이번 한국의 교과서 파동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타와라 대표는 기자에게 “지금까지 한국의 시민운동이나 연구자들이 일본의 새역모나 그 계열의 교과서를 비판해 왔는데, (새역모는 이제) 한국에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지식인, “명확한 과거사 청산 없이는 미래도 없다”



일본의 전후보상 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우쓰미 아이코 오사카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 식민지배 기간 동안 한국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발전해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주장이다. 우쓰미 교수는 “식민지 지배를 하는 쪽은 자기들에게 필요한 개발을 하는데, 그냥 ‘ 도로를 만들었다, 댐을 만들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은 식민지 지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쓰미 교수는 또 일본의 후소샤, 한국의 교학사와 같은 교과서에 대해서 “과거 청산이 ‘애매’하게 됐기 때문에 ‘애매한 교과서’가 나오는 것”이라며 “명확한 과거 청산 없이는 정상적인 한일관계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