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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역사 전쟁’

청와대의 ‘역사 전쟁’







3백 건에 가까운 사실 오류와 표절, 친일·독재 미화 등의 의혹이 제기된 ‘뉴라이트’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9월 23일 한국현대사학회 상임고문 유영익 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현대사학회는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교수와 권희영 교수 등이 소속돼 있는 곳이다.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된 유영익 교수는 지난 2008년 '대한민국 건국 60년의 재인식'이라는 저서에서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낸 구약 성경의 유명한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고 기술하는 등 ‘이승만 찬양’에 앞장 서 온 인물이다.


이처럼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검정 통과 파문에 이어 신임 국사편찬위원장까지 뉴라이트 성향의 학자가 임명되면서,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교과서가 이념투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4일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김무성 의원은 자신이 좌장으로 있는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 교실’ 첫 모임에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승리로 종식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9월 11일 두 번째 모임에서는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를 강사로 초빙했다. 이날 모임에서 이 교수는 “교육계와 언론계, 연예계도 7대 3의 비율로 좌파가 장악돼 있다며 10년 내에 한국사회의 구조적 전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를 이념 투쟁의 장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008년 친일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또 다른 역사 교과서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 “현행 역사 교과서의 왜곡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대안 교과서의 출간으로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다며, 이 책의 출간은 훗날 그 자체로써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안 교과서의 집필 역시 이명희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현대사학회 학자들이 주도했다. 


최근 교학사의 ‘뉴라이트 교과서’를 옹호하는 단체들도 기존의 역사 교과서가 “친북 좌파 세력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입장 하에 “우리 사회에는 북한의 전략전술에 포섭된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하며 기존의 교과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영향력을 받은 진보 역사학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뉴라이트는 일본의 극우 교과서인 후소샤 교과서 편찬, 배포 과정을 그대로 본 따 시연하고 있다"며 "결국 이번 교과서 발간은 보수 세력이 사상과 이념의 기반을 넓혀 장기적인 집권을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