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2편 - 김종훈의 조국은?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 미 해군 핵잠수함 장교로 7년간 복무. 메릴랜드 대학 공학박사. 92년 벤처기업을 창업해 우리 돈으로 무려 1조원 가량을 번 신화의 주인공. 2005년 동양인 최초로 벨연구소 소장으로 임명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그가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인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과연 한국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적합한 인물인가? 지난 98년 김종훈 씨가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와 인터뷰 한 동영상입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합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 "부모님이 나를 방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집을 나간 16살 때는 사실상 집에서 쫓겨나느 상황이었던 겁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 자신의 성공이 오직 미국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 "(독일, 영국,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 다른 나라들에서는 저 같은 성공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 번 실패한다면 당신을 실패자로 낙인 찍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그걸 훌륭한 경험이라고 여깁니다. 오직 미국에서만 가능한거죠. 우리는 그런 정신이 있잖아요." 그가 미 해군에 입대한 것도 국가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한 충정에서였다고 했습니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후보자] "난 이 나라가 이미 나에게 정말 많은 걸 줬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그걸 되돌려주려고 한 거죠. 내가 늙을 때까지 기다릴게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인생의 가장 황금 시절을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서 7년을 미 해군에서 복무한 겁니다" 지난 98년 미국에 대해 가슴 절절한 애국심을 표현했던 김종훈 후보자는 2011년 미 해군이 발행하는 잡지에서도 군 복무는 완전한 미국인이 되는 통과의례였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김 후보자가 미국에서 설립했거나 주요 직책을 맡았던 기업들도 미국의 국익과 안보를 최전선에서 관철하는 기관인 미 국방부나 CIA, 즉 미 중앙정보국과 깊은 연관을 맺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후보자가 자신의 딸 이름을 따 만들었다는 유리 시스템즈. 뉴스타파 취재결과 김 후보자는 이 회사가 상장되기 직전인 96년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을 이사로 영입해 10만 주의 스톡옵션을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97년 1월 이사로 영입돼 7만 5천 주의 스탁옵션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받은 스탁옵션의 평균행사가격은 2.23달러, 우리 돈으로 2500원 선입니다. 유리시스템즈가 97년 2월 상장됐을 때는 공모가만 12달러, 우리 돈으로 만 2000원 가량이었습니다. 또 이듬해인 98년 김종훈 사장이 유리 시스템즈를 루슨트 테크놀로지라는 아이티 대기업에 팔았을 때 받은 가격은 주당 35달러, 약 3만 5천원이었습니다. 울시 전 CIA국장이나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받았던 스탁옵션의 가격과 비교하면 무려 15배 이상 치솟은 가격입니다. 98년 4월 유리시스템즈가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인수됐을때도 울시 전 씨아이에이 국장과 페리 전 국방장관은 여전히 유리 시스템즈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10만 주의 스탁옵션을 받았던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의 경우 주당 35달러에 스탁옵션으로 받은 주식으로 최대 30억 원 이상을 거머쥐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김 후보자가 관여한 대다수 기업에는 CIA나 미국 국방 안보 분야 관계자들이 등장합니다. 2005년 김 후보자는 자신의 유리시스템즈를 사들였던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핵심 연구 자회사인 벨 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합니다. 벨 연구소는 미국 국방 정보 분야 연구 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 다음해인 2006년 벨연구소의 모회사인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프랑스 회사인 알카텔과 합병하려하자 미국 내에서는 국가 안보기밀사안과 관련된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별도의 핵심 자회사가 설립돼야한다는 여론이 일었습니다. 미국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인으로 벨연구소와 별도의 자회사를 구성해 안보분야 사업은 미국정부의 관리감독아래 둬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런 미국 내 논란에 대해 당시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핵심 자회사를 벨연구소 산하로 두기로 했다'면서 벨 연구소의 소장은 '정보 첩보 분야에는 잘 알려진 인물이자 미 해군 핵잠수함 장교 출신 김종훈 씨가 계속 맡을 것이며, 벨 연구소 산하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사로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그리고 퇴역 중장 출신의 케네스 민한을 임명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가장 믿을만한 미국인으로 미국의 전 국방장관과 전 CIA국장 그리고 김종훈 씨가 꼽힌 것입니다. 또 미 정보국 CIA가 직접 설립한 첩보와 국방 분야 소프트웨어 전문 투자기업인 인큐텔에도 CIA 전 국장과 부국장, 페리 전 국방장관, 그리고 김 후보자가 이사로 참여했습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미 정보국 CIA의 외부 자문이사직을 맡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외부 자문이사직 맡았던 밥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은 이 기관에 관한 이야기를 외부에 쓰기 위해선 미국 국가안보와 관련돼 위배되는 사안이 없는지 여부에 대해 엄격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신설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 김종훈 씨는 유리시스템즈를 비롯해 소장으로 있었던 벨연구소, 인큐텔 등 자신과 관련된 대다수 기업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미 정보국 CIA와 깊은 관계을 맺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제임스 울시 전 씨아이에이 국장은 김 후보자의 유리 시스템즈 이사로 참여해 막대한 스탁옵션을 받았고 김 후보자가 소장으로 있던 벨연구소 산하의 국방첩보 분야 전문 자회사에 이사로 참여했습니다. 울시 전 국장은 6자 회담이 성사되기 직전 시점인 2003년 8월 북한의 핵시설을 한-미 연합군이 폭격한다면 30일에서 60일 이내 전쟁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미국 내 대표적 매파 정치인입니다. 울시 전 국장처럼 김 후보자의 유리 시스템즈 이사로 참여하며 막대한 스탁옵션을 받았던 페리 전 국방장관도 CIA가 창업한 인큐텔의 이사로 김 후보자와 함께 활동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페리 전 장관을 기념하기 위해 스탠포드 대학에 2백만 달러를 기부하는 친밀감을 과시했습니다. 페리는 94년 북한 핵 위기 때 북한에 대한 제한적 폭격을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김종훈 씨가 미래창조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내정되기 직전인 지난 2월 4일, 페리 전 장관이 박근혜 당선자를 접견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김종훈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적을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국익만을 위해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행적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충동할 때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또 장관직 이후엔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 보듯 첨단 과학기술 경쟁은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일입니다. 모국에 대한 봉사가 하필 한국의 기초과학과 정보 통신 산업기술 등의 정보가 총 집결될 미래창조과학부의 수장을 맡는 것이어야만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뉴스타파 최경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