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 감사.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선용 씨가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해외에 비밀계좌를 운용하는 등 역외 탈세와 외국환 거래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과 조세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질의는 그가 2004년 만든 유령회사에 집중됐습니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 / “(유령회사 설립 당시) 그때 수입이 있으셨나요?” 전재국 전두환 전 대통령 장남 / “수입은 별도로 없었습니다.” 최재성 / “유학하고 남은 돈이 70만 달러였나요?” 전재국 / “제가 학비 받은 것들을 남겨 놓은 게 있고요. 주변으로부터 저희 외조부(이규동)도 그렇고 제가 받은 돈이 있었습니다. 최재성 / “그 쪽은 집안은 자금출처가 다 외조부가 되시나요?” 전재국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습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 “국내 은행도 있었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라는 방식을 거치지 않고 외국에 다른 은행에도 예금을 예치할 수가 있었어요. 굳이 왜 그런 방식을 택했습니까? 절세 목적이었습니까?” 전재국 / “그런 건 전혀 아니었습니다. 싱가포르 출장 다니면서 편리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유령회사 설립은 인정했지만, 정작 설립 이유와 자금 운용 규모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얼버무리거나 회피했습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 / “왜 15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그 때(2004년) 갑자기 그랬을까요? 그러면 증인의 유령회사 설립과 동생(전재용) 및 아버지의 수사가 무관하다, 이렇게 말씀하십니까?” 전재국 / “우연의 일치입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 / “김00씨 아시죠? 싱가포르 아랍은행 부행장 지내셨던 분요? 이 분이 언론에 나와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우리 전재국 증인께서 내 명의가 드러나지 않게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싶다.”
[김00 / 싱가포르 아랍은행 전 부행장] “전재국 씨가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다 하던데요. 뭐...자기가 그냥 다 우리 직원들하고 그 쪽 부서 사람들하고 가서 다 알아서 하던데요. 내가 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박원석 / “그런데 아까 계좌 계설은 그쪽(아랍은행)에서 원해서 한 것이고 증인은 전후사정은 잘 모르고 했다고 하는데, 지금 김00씨와의 증언과는 배치가 되요. 어떻습니까?” 전재국 / “직설적으로 말씀드린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드린 적은 없고 법인 명의로 하면 제 이름이 직접 나타나지 않아서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4시간 남짓. 질의가 계속됐지만, 추가 확인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박원석 / “역외탈세가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서 지금 증인이 생각하시기에 과연 적절한 행동이었고, 적절한 조치였다고 보십니까?” 전재국 / “모르겠습니다.”
전 씨에 이어, 증언대에 선 김우중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 김씨는 600억 원 대 베트남 번찌 골프장을 소유하는 과정에서 유령회사와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 / “뉴스타파에서 이야기한 데레조프스키라는 이름이 있고요. 이거 인정하지 않으십니까?” 김선용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삼남 / “제가 2000년도에 개설을 한 계좌입니다.” 홍종학 / “데레조프스키 이름으로 개설을 했습니까?” 김선용 / “네 맞습니다.” 홍종학 / “그러면 데리조프스키한테 2500만 불을 김우중씨가 송금한 건 인정하십니까?” 김선용 / “대우관련 투자금이 잠시 들어왔던 것이고요. 몇 개월 후에 반환되고 계좌는 폐쇄됩니다.” 홍종학 / “그러니까 그게 정상적인 거래이냐 말이죠. 부친(김우중)께서 회사가 망해가는 과정에서 돈을 빼돌려서, 자기 아들 계좌에 넣은 거죠.” 김선용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대우와 관련해서는 제가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방콕 은행을 통한 자산 해외 은닉 여부가 야당 의원들의 주요 질의였던 반면, 이한구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김선용 씨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 “김우중 회장님에 대한 추징금,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뭐가 다른지 아세요?”
이한구 의원은 김우중 회장 시절 비서실 상무를 거쳐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낸 대우그룹 출신 정치인입니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김선용씨 감싸기에 가세합니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 “‘돈세탁’ 내지는 ‘빼돌렸다’는 이런 말씀을 쓰시는 것 자체는...그런 단어를 쓰지않고서라도 얼마든지 질의하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단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생각하고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 “두 분에 신분이나 이런 것들이 언론이 주목을 받는, 그 점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참고 있었습니다만, 정말 이게 수사인지 조사인지 그리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탈세여부를 국세청에 인지시키기 위한 도움 되는 말인지, 애매하기 때문에 위원장님께서는 앞으로 증인에 대한 질의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수사가 되지 않도록 잘 좀 해주십시오.”
이날 김덕중 국세청장은 늘 하던 대로 조세정의를 강조했습니다.
김덕중 국세청장 /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에 세정역량을 더욱 집중하여, 조세정의를 확립해나가겠습니다.”
하지만 전재국 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내역은 비공개로 일관했습니다.
최재성 의원 / “이 사안 관련해서 지금 현재 국세청이 자료를 포함하여 조사를 하고 계십니까?” 김덕중 국세처장 /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개별사안이라는 점을...그 부분은 직접적인 언급을 안 하고 있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요.”
최재성 의원 / “혹시 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은 적 있어요?” 전재국 / “현재 검찰 조사 때문에, 국세청 조사는 잠시 연기돼 있는 상태입니다.”
한 때 재계 서열 2위였던 재벌 총수의 아들. 천문학적 액수의 부정축재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의 아들. 이 두 사람이 동시에 증언대에 오른 올해 국세청 국정감사.
조세 정의는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홍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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