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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행복했던 공약, 불행한 예산



박근혜 대통령은 평소 ‘약속’을 유달리 강조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았고 한 번 한 약속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킨다”는 게 박 대통령의 지론이다. 


사진 설명: 

2012.12.4. ‘제18대 대통령 후보자 토론회 1차’ 


“선거 때마다 말바꾸기 공약 빌 공자 이렇게 해서 정치인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는 신뢰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않고 또 한 번 한 약속은 반드시 정치 생명을 걸고 지키는 정치를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꾸준히 그런 노력을 해 나갈 것입니다.” 


 약속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수많은 공약을 쏟아냈다.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노인 기초연금 등 복지 관련 예산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공약은 법령 등 제도적인 장치와 예산이 수반돼야 이행될 수 있다. 지난 1일 통과한 올해 국가 예산에는 이 공약들을 뒷받침하는 예산이 어떻게 반영됐을까. 





公約들? 空約들! 


1. 고교 무상교육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7월 대구에서 고등학교 무상 의무교육 등 '즐겁고 행복한 교육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다. 대통령으로 당선 된 뒤에도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겠다는 로드맵을 명확히 밝혔다.  


사진설명 : 2012.7.17. 박근혜 

"매년 25%씩 (무상교육을) 늘려간다면 5년간 6조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사진설명 : 2013.7.30. 

김희정/새누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 


“국민의 교육비 걱정을 덜기 위해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실시해서 2017학년도까지 전국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합의를 했습니다”



고교 무상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모두 2조 7천억 원인데 이번에 통과된 예산에는 관련 예산을 찾아볼 수 없다. 왜 반영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도 없었다. 예산을 중앙정부가 부담해야한다는 야당의 입장과 지방 정부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여당의 입장이 충돌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 방안을 2014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2.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부터 학교 내 돌봄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역시 예산에는 한 푼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홍원 총리는 시정연설 뒤 있었던 대정부질문에서 “초중등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지방교육예산은 1조279억 원이 넘는데, 실제로 증액된 예산은 2303억 원에 불과하다. 지방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대통령이 공약을 하고 책임은 지방 정부가 져야하는지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3. 반값 등록금 공약 


 반값 등록금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했던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역시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강조했고, 재원 마련도 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2012.8.23. 박근혜 (반값등록금 토론회) 


“여러분들의 등록금 부담 분명하게 반드시 반으로 낮추겠다는 거 이것은 제가 여러분들에게 확실하게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해 내겠습니다. 재원이 뒷받침돼야 실천이 되잖아요. 재원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까지 다 있고...”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을 정부는 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정부가 4조 원을 부담하고 대학이 3조 원을 부담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제출한 반값 등록금 예산은 3조2천억 원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천오백억 원이 증액됐지만 여전히 7천 억 원 가량이 부족하다. 전진희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에 여러 가지 불만이 많지만 그럼에도 4조 원의 재원을 만들겠다는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4. 주거, 보육 공약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적인 서민 주택 공약이었던 행복주택도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3분의 1이 축소됐다. 지난해 1만 가구를 시범적으로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주민 반대 등으로 공염불이 됐다. 임대주택 사업 지원은 절반이나 줄었다. 

 저소득층에 기저귀와 분유를 지원하는 대통령 공약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전혀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가 국회를 거치면서 필요 예산의 3분의 1 정도인 50억 원만이 반영됐다. 






“바뀐 것은 없고 빚만 늘었다”


 복지 관련 공약에는 인색했지만 토목사업 등에는 여전히 후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복지 혜택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나라 빚은 계속 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올해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5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514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에는 309조였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권 1년차 예산은 이명박 정권 6년차 예산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또 “복지나 기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측면에서 예산의 자연 증가분이 있는데, 수입은 늘지 않고, 사회간접자본 (SOC) 구조조정 등이 성과가 없어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