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1일, 한전은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8년을 끌어온 밀양 송전탑 문제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정부 역시 이 사업이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책 사업임을 강조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는 데요, 밀양 송전탑 문제는 그동안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지역 이기주의로 비춰져 온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농삿일 밖에 모르고 살아온 고령의 노인들이 8년 동안 한결같이 싸워온 이유가 단지 보상금 때문이라고 매도 될 수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발표 이후 3일의 현장을 오대양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불법 시설물인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을 2013년 10월 2일 11시부로 대집행 개시함을 선언합니다.”
국회 중재로 이뤄진 밀양의 평화는 5개월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밀양시는 76만 5천 볼트의 초고압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세운 움막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섰습니다. 한국전력이 대국민 성명을 통해 밀양 일대의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이었습니다.
철거반과 주민들의 몸싸움은 격해졌고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사람 하나 죽여 놓고 또 죽이려 카나”
6시간의 긴 공방 끝에 주민들은 이날 하루, 움막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지 투쟁을 언제까지 해나 갈 수 있을지는 기약하기 힘듭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무기 없는 전쟁. 고통스러워요.”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 평밭마을.
127호 송전탑의 공사 재개가 예고된 이 곳은 전운과 같은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공사 현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농기계로 만든 바리케이트가 쳐졌고, 보기에도 섬뜩한 동아줄이 나무가지에 걸렸습니다.
농성장 인근에는 ‘무덤’이라 불리는 웅덩이가 만들어졌고 일부 주민들은 쇠사슬로 몸과 움막을 묶었습니다.
"저놈들이 끄집어 낼라 카거든. 목을 이러코롬 해 안끌려나갈라 그라지. 안그럼 끄집어 낼라카거든." "어떤 일이 있어도 이 땅을 지킬 겁니다.철탑이 들어와도 우린 죽거든요 어차피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죽으나 무덤 파고 여기서 우리를 죽게 두라 이거에요 죽이면 우리 시체 덮고 철탑 한번 세워보라 이거에요."
일부 공사 현장에선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도로를 통한 자재 반입을 막기 위해 도로를 지키고 서 있지만 헬기로 필요한 자재를 옮기고 있습니다. 공사를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더위와 추위, 그리고 불규칙적인 식사로 노령인 주민들의 건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홍승권 교수] "맥박이 불규칙해요. 이런 상태면 3일 안에 죽을 수도 있어요."
급기야 단식 중이던 한 주민이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후송되는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내 땅, 내 지키는 것도 피땀 흘려 노력해가 사는 것도 재산 팔지도 못하고 이래 살라카니..."
한전은 내년 전력 수급을 위해 이달 안에는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8년 간 계속돼온 공사 중단 사태를 끝내겠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다른 해법에 대해 귀를 닫고 있는 한전과 정부측에 울분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간담회할때 한전 대표들이랑 반대 대책위 간담회하면 3차까지 된다했어 지중화 할수 있고 정부에서 허가가 떨어지면, 그때 5천9백…. 분명히 자기들도 약속했어요 그런데 그래놓고 4차 때 싹 거짓말하면서 12년걸린다, 공사비 너무많이든다 2조7천 든다고 국민들에게 오보해가지고 우리를 안되는 걸 밀어부치는 고집쟁이 할머니 할아버지로 밀어부치고 있고 국민들에게 못된 할머니로 … 너무너무 속상해요"
일부에선 밀양 주민들이 보상금을 더 받기 위해 싸운다고 말합니다. 나라 전체를 위해선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단 말도 나옵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생각을 달랐습니다.
“우리가 돈 얘기 한일 있습니까. 돈요? 송전선이 내 논 한복판 지나가는데, 공탁 해놨습니다. 보상금 다 줄테니까 가쇼.”
“장관이나 총리까지도 밀양문제의 본질이 뭐냐 찾아보고서 거기서 해법을 찾아야 되는데. 그걸 외면한채 한전이 하는 말만 그대로 하는거예요. 보상외 대안이 없다.똑같이 장관이 와도 보상외 대안이없다. 한전사장이, 총리도. / 중요한 것은 밀양문제는 보상으로 풀수 없다는거에요. 돈보다는 내 삶터, 내가 가꾼 내 삶의 터전, 요대로 살고 싶다는 하는 거에요. 고걸 잘생각해보고 답을 찾아야하는데 거긴 관심이 없고 외면한다는 얘기에요.”
공사는 재개됐지만 밀양 주민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농사에 몸 바쳐온 고령의 농촌 주민들을 목숨 건 투쟁으로 내모는 현실. 도시에 전기 공급이 필요하다는 이유 만으로 설명이 되는 것인지..지금 밀양이 묻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오대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