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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공관, 자국민 보호 뒷전




해외공관, 자국민 보호 뒷전


지난해 10월에 발생한 그리스경찰 한국인 관광객 폭행 사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그리스 현지 경찰의 무차별 폭행과  인종차별적 발언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했다.

 




당시 외교부와 주그리스 대사관의 대응은 주도면밀해보였다. 주그리스 대사관은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사건발생 9일 만에 유감 표명을 받아냈고, 외교부는 이같은 외교적 성과를 공식 브리핑 석상에서 발표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긴밀한 대처에 안도했고 사건은 그렇게 잊혀졌다.

 

사건 이후 7개월, 피해 당사자인 정현영 씨는 아직 못다 푼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다. 가해 경찰관 2명이 모두 무혐의 처리됐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정부가 보내온 공문을 보면 ‘피해자가 경찰관들에게 여권을 제시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돼 있다. 폭행사건의 책임이 피해자인 정 씨에게 있는 것처럼 해석되는 부분이다. 정 씨는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해  경찰에 대한 분명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교당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해달라 여러 차례 민원도 넣었다.

 

하지만 당국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결국 이 문제는 정 씨 개인의 사안이며, 가해자의 처벌을 원한다면 법적 조치를 강구해보라 말한다. ‘잘알아서 처리할테니 걱정말고 귀국하라’고  말하던 재외공관. 여론의 관심 속에 있을 때와는 너무도 다른 말에 정 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때는 현지 대사가 나서 해결에 나섰던 사안에 대해 이제는 ‘증거가 부족하니 남 일’이라고 말하는 당국의 해명을 납득하기 힘들다.




 

재외공관의 자국민 보호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시민들의 비판은 하루 이틀 전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지법과 공무 절차의 핑계 뒤에 숨어 타국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해 우리 해외 여행객 수가 천3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와 비례해 해외에서 발생하는 우리 국민의 사건사고 건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헌법에도 명기돼있는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 역할. 하지만 우리는 관련 법안조차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 재외공관의 ‘보여주기 식’ 업무 관행을 근절하고 자국민 보호를 위한 보다 실제적인 대책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