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영화] 홍보가 기가막혀 방송원고 축약본입니다.
노종면 앵커멘트
모든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재산을 특정 자본에 넘기는 행위입니다. 그것이 국민에 유리하고 국민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 용인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부 유출과 특혜 시비가 일기 마련입니다. 정부가 KTX 일부 구간 민영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요금인상 우려가 나오자 정부는 걱정말라며 영국의 통계를 홍보했습니다. 영국은 철도 민영화 이후 일반석 요금 인상이 물가인상 정도에 그쳤다는 얘기였습니다. 뉴스타파가 영국 통계 원문을 확인했더니 거짓말이었습니다. 치졸한 수준의 통계 왜곡이 정부에 의해 자행됐습니다.
<방송원고 축약본>
지난 5월 30일,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서울 여의도.
150여 명의 전국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KTX 민영화 계획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9일, 국토해양부는 KTX 일부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경쟁체제를 도입해 철도 운영체계의 독점을 없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철도 민영화가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권도엽 장관은 지난 4월 2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경쟁을 도입하게 되면 KTX 운영에 있어서도 요금이 싸지게 되고 정부에서 받아들이는 선로사용료는 더 많이 징수할 수 있게 돼서 국민 세금부담이 줄어들고 또 재정부담도 줄어 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겠다는 노선은 2015년 개통될 KTX 수서발 경부, 호남선입니다. KTX는 다른 열차 노선과 달리 한해 3천억원의 흑자를 내는 이른바 황금노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자본에 막대한 이득을 챙겨주는 특혜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공공영역을 민간에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국토해양부는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봤을 때 특혜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혜 논란도 쟁점이지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역시 요금 문젭니다.
과연 민영화가 이뤄질 경우 지금보다 철도 요금이 오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철도 민영화를 경험한 영국의 철도 요금은 어떨까?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주요 언론들은 유럽에서 가장 비싼 철도 요금, 그러나 서비스는 엉망이고 고장은 자주 발생하는 등 민영화 이후 영국 철도시스템을 질타합니다.
영국 정부 스스로 철도 민영화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시인할 정돕니다.
하지만 철도 주부부처인 국토해양부의 판단은 전혀 다릅니다.
권도엽 장관까지 직접 나서 영국에서 큰 폭의 요금 인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권도협 장관 <일요진단>2012년 4월 19일, KTX 경쟁체제 도입, 득과 실은?
“선로는 국유로 하고 운영권만 민영화를 했는데 분석을 해 보니까 요금이 그게 87년부터인가 실시됐는데 물가상승률 이내로 안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알려진 거하고는 상황이 다릅니다.”
국토부가 만든 자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의 경우 민영화 이후 철도 요금이 두배나 올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특히 서민이 이용하는 일반석 요금은 물가만큼 인상돼 실질적인 인상은 거의 없다 이렇게 강조합니다.
이같은 정부와 주장과 권도엽 장관의 말은 대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 것일까?
국토해양부가 공식 운영하는 블로급니다.
철도 경쟁 체제 도입 즉 민영화 정책을 옹호하는 자료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영국의 철도 요금 체계를 좌석등급별로 그래프 형태로 제시한 자료가 눈에 띕니;다. 특실에 비해 일반석은 많이 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말합니다.
특히 규제를 받지 않는 특실의 요금은 올랐지만, 규제를 받는 일반석의 요금은 소매물가지수와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수치 그래프는 정확한 것일까? 확인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토부에 불리한 데이터 자료는 빼고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국토부가 인용했다는 영국 철도당국이 작성한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영국의 경우 철도요금 체계에서 스탠다스 클래스(standard class) 즉 일반석은 두가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정부의 요금규제를 받는 일반석 요금(regulated)과 규제를 받지 않은 요금 (unregulated) 두가집니다. 정부의 요금규제를 받는 일반석 요금은 철도 요금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과 비슷한 149정도 상승했습니다. 일주일 또는 한달치 정기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매표소에서 당일 구입 등 정부의 요금규제를 받지 않는 일반석 요금은 특실과 비슷한 220까지 요금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이 비규제 일반석의 지출 비중은 26%로 규제를 받는 일반석의 3배 수준입니다.
이같은 자료는 영국 철도 규정국(ORR) 2010년 연례보고서 가운데 1998-2010 철도 요금 평균 변동 지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이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일반석(unregulated)의 요금 인상 부분은 완전히 삭제한 채 마치 일반석 전체가 149정도만 인상된 것처럼 자료를 작성한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인상폭이 크고 지출비중이 높은 규제를 받지 않는 일반석 요금의 통계는 삭제한 것입니다. 삭제를 통한 전형적인 통계 왜곡에 해당합니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뉴스타는 국토해양부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내용을 전부 밝히는게 어렵고 간단하게 작성하기 위해 비규제 일반석은 빼고 작성했다고 답변하면서도 왜곡이나 거짓이 아닌 미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문제가 된다면 다시 고쳐 작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든 자료를 솔직히 공개하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며, 어떠한 특정 통계를 삭제한 채 제시하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국토부는 최근 KTX의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많은 시민들이 지나친 억측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자료를 내놓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국토해양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직원들에게 인터넷에 KTX 민영화를 찬성하는 댓글을 쓸 것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최근에는 국토부 소속 기관 직원들에게 KTX 민영화를 옹호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여론 조작’을 하려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번엔 정부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을 빼고 유리하게 통계치만 꾸며 사실과 다른 왜곡된 자료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의 슬픈 현주솝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