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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

엉터리 ‘책임실명제’, 실종자 가족 두번 울리다

세월호 참사 보름 째, 구조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정보는 뭘까? 수중 구조와 수색작업 현황, 그리고 수습된 희생자의 신원 확인 등이다. 

그동안 정부는 이런 내용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거나 심지어 은폐했다는 지적까지 받았고, 스스로 불신을 키웠다. 

 

급기야 실종자 가족과 이주영 해수부장관이 18시간 대화를 나눈 이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지난 4월 25일특별대책을 내놨다. 실종자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책임지고 답변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이른바 ‘책임실명제’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실종자 가족들이 원하는 정보를 책임지고 답변하겠다며 담당 공무원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다는 비판을 받고

지난 4월 25일 가족들이 원하는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줄 담당 공무원을 지정, 운영하는 ‘책임실명제’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수중수색과 희생자 신원 확인 등 총 22개 항목 가운데, 10여 개 분야의 담당 공무원이 자신이 책임실명제 담당자인지도 모르고 있거나, 담당자의 연락처가 엉터리로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할 수중 구조와 수색 업무는 5개 분야 가운데 4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담당자가 제대로 지정돼 있지 않거나 엉뚱하게 해당 업무와 무관한 일반인이 책임실명제 담당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먼저 '수색관련 현재 투입인원' 지정 공무원. 취재진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 그는 “자신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인”이라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더 이상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 일반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담당 공무원이라며 잘못 적어 놓은 것이다.



 또 현재 수색 작업에 어떤 장비가 투입되고 있는지 알려줄 '수색현장 투입 장비'관련 담당 공무원은 자신이 담당 공무원으로 지정돼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반응은 희생자 신원 확인 담당으로 지정된 공무원도 마찬가지. 그 역시 "자신이 담당 공무원으로 지정돼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있는지 몰랐다"며 "자꾸 전화가 와 오히려 현장에서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엉뚱한 담당자를 지정해 놓은 경우도 많았다. 희생자 DNA 파악 담당으로 지정돼 있는 공무원의 경우 실제는 DNA가 아닌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도 DNA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올라와 있었다. 더욱이 이 공무원은 사고 현장인 진도가 아닌 원주에서 다른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상자 치료에 관한 정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담당자가 바뀐 지 일주일이 넘었다"며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돌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가족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책임지고 전달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책임실명제를 만들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사과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번 뉴스타파의 취재로 정부의 전시성 행정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