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뉴스타파가 국정원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의 주인 30여 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이 30여 명 중에는 뉴스타파가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2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최기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최기훈 기자>
핵심계정을 중심으로 10개 그룹으로 나뉘어 조직적인 활동을 벌였던 국정원 연계 추정 트위터 아이디 660여 개. 이 계정들과 동일한 아이디가 국내 포털에서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각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과정을 통해 해당 아이디를 입력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미 탈퇴했거나 사용 중인 아이디라는 표시가 뜹니다. 사용할 수 없는 아이디라는 알림도 나옵니다. 누군가 같은 아이디로 이미 가입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식으로 찾아봤더니 트위터 아이디와 동일한 포털 아이디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네이버에 127개, 다음에 69개, 네이트에 81개가 존재했습니다.
한 아이디로 여러 포털에 가입한 것을 뺐더니 모두 157개 트위터 아이디가 국내 포털 아이디와 겹쳤습니다. 이 가운데 90여 개는 블로그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모두 게시글이 없는 휴면상태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일부 평범한 아이디를 제외하면 실제 포털사용자와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확인 작업은 네티즌 수사대를 자처한 한 평범한 직장인의 노력이 단초가 됐습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핵심계정 10개를 검색하는 과정에서 동일 아이디 3개를 찾아낸 겁니다.
[직장인 네티즌] “그런 핵심 계정 10개도 당연히 그 계정과 똑같은 계정의 포털이라든가 아니면 다른 사이트에도 있을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한거죠. 그렇게 쓴 이유가(계정주인들도)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안 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털에서 같은 아이디가 발견된 것은 트위터 서비스에 가입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이메일 주소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취재진은 이렇게 확보한 150여 개의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한 포털에서 사람 검색을 해봤습니다.
사용자의 성별과 이름이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50여 개, 그리고 다시 홈페이지 계정에 입력해 30여 명의 사용자를 찾아냈습니다. 이렇게 얻은 80명의 사용자 정보에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용자는 제외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60명은 다시 기준을 만들어 A, B, C 3등급으로 구분했습니다. 한글을 영어자판으로 입력해 아이디를 만드는 식의 국정원 추정 그룹만의 패턴을 갖는지, 구글 검색에서 다른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아이디인지, 홈페이지 등에서 직업 등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지 등이 구분기준이었습니다.
그 결과 A 그룹으로 최종 분류된 31명은 국정원 연계 추정 트위터 아이디의 실제 사용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남자 16명, 여자 15명으로 나타났는데 그룹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계정 2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디로 봐서 여자일 것으로 추정했던 이 핵심 계정은 실제는 남자 김 모 씨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처음부터 뉴스타파가 핵심 계정으로 지목했던 nudlenudle은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이 모 씨로 나타났습니다. 트위터 프로필에는 대한한공에 근무하는 기장이나 승무원처럼 자신을 소개했지만 대한항공에는 해당 직군에 같은 이름의 사람이 없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실명이 확인된 사람 가운데 20명은 주로 남의 글을 RT하는 역할을 했던 계정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이중엔 협력자 내지는 조력자로 추정되는 20대 젊은이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국내 포털에 계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실제 트위터 사용자의 신원 확인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지은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팀장] “계정에 대한 아이디에 대한 신원확인에 필요한 개인 정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서 6개월 동안 보관되고요. 메일이나 블로그나 클라우드 같이 개인공간에 썼던 글들은 탈퇴하면 동시 삭제, 뉴스서비스에 단 댓글이라든가 공공연히 사용하는 게시판에 게시했던 글들은 탈퇴해도 유지가 됩니다.”
트위터의 경우 서버가 미국에 있어서 사용자 신원은 알기 힘들지만 작성글의 내용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내 포털은 신원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일 아이디라는 연결고리를 찾으면 누가 어떤 글을 올렸는지 전모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 방송사의 경우, 뉴스타파가 제시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작성글을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트윗은 추정일 수밖에 없는데 포털의 아이디, 내용과 오늘의 유머와 연결되는 아이피와 거르다보면 트윗 100명이 포털 100명까지는 안 되겠지만 정말 부인할 수 없는 50명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가해 사회관계망으로 얽혀있는 SNS의 특성과 데이터 확보의 수월함을 강조하며 수사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검찰도 서버가 미국에 있어 수사가 힘들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SNS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위터 활동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15개로 확대된 주요사이트에 대한 분석과 맞물려 국정원의 조직적 활동과 대선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