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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은밀한 책...신매카시즘 이론서?


국정원의 은밀한 책...신매카시즘 이론서?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 상에서 대국민 여론 조작에 광범위하게 나선 것은 물론 책까지 출간해 젊은 층을 겨냥한 보수화 작업을 펼쳐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2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검찰 측 증거 가운데 국정원 직원 교육 자료 하나가 공개됐다. 검찰은 이 자료에 "야당이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대중을 우군화하는 통일전선전술을 하고 있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좌익 정권 차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문구가 등장한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검찰이 국정원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것으로 2009년 4월 시중에 출간된 '반대세의 비밀'이란 책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지난 6월 <한겨레21>이 현직 국정원 직원인 이희천 국가정보대학원 교수가 이 책의 저자라고 보도했으며, 최근 검찰도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에서 "국정원이 실체적 작성자"라며 대국민 여론 조작 활동의 근거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된 '반대세'란 용어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줄임말이다. 이 책은 2008년 촛불 시위 재발을 막아야 하며, 한국 사회를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수와 진보가 아닌 대한민국 세력과 반 대한민국 세력으로 구분하자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반대세의 비밀>에 나오는 주요 개념과 인식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증거인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강조 말씀'과 흡사하다.





우선 "보수 진보 분류를 형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는 지시는 책에 등장하는 반대세의 개념을 의미한다. (▲ 2009년 5월 15일  "보수·진보 분류를 형식적·도식적으로 할 필요가 없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국정 수행이 제대로 되도록 협조하는 측과 이유없이 이를 흔들려고 하는 측을 잘 판단해야 함.")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의 후보 단일화를 북한의 지령이나 종북으로 규정한 것도 유사하다. (▲ 2010년 4월 16일 "어쨌든 선거에는 단일화해라 하는 게 북한의 지령이라고,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은 뭐 종북단체 아니야... ")


<반대세의 비밀>과 '지시 강조 말씀'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두서없는 발언을 직원이 정리한 것일 뿐"이라는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국방부 등 유관부처가 배포에 나섰으며, 장병 안보교육 참고 도서로 사용됐다. 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감상문 대회가 잇따라 열렸고,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대세운동'이란 이름의 사회운동이 조직됐다.


특히 저자인 이희천 씨는 국정원 직원 신분을 숨기고 지난해 육군 주최 종북 강연 155차례 가운데 가장 많은 48차례 강연을 맡는 등 유명 안보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법조계와 역사학자들은 이 책에 대해 "기득권 세력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모는 사악한 성격의 책"이라며 친일과 독재까지 미화하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현직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숨기고 시중에 출간한 이유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여부에 대한 입장을 국정원에 물었지만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라 언론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