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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18 정신’ 훼손 앞장




정부가 ‘5.18 정신’ 훼손 앞장


33주년을 맞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공인받은 국가기념일이지만 올해 유달리 구설이 많다.



지난 5월 1일, 서울지방보훈청은 5.18서울기념사업회가 5.18기념 서울 청소년문예대회 우수작품으로 선정한 한 초등학생의 미술 작품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지방보훈청이 생각하는 5.18의 정신과 다르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였다. 단순 후원기관이 작품 선정에 개입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 기념사업회 측은 서울 보훈청의 억지 요구에 크게 분노했다. 서울 보훈청장은 뒤늦게 사과하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누가, 어떤 의도로 어린 학생의 미술 작품을 재단하려 했는지 밝혀지지 않아 석연치 않다.


문용린 서울 교육감의 동태도 심상치 않다. 서울 교육감이 5.18 기념식 당일 청소년대회 수상자들에게 시상하는 것은 9년을 이어온 관행. 하지만 문 교육감은 다른 일정을 핑계로 기념사업회에 5.18 행사 불참을 통보했다. 교과부 장관이었던 지난 2000년에도 5.18 전야제 날 유흥주점을 찾아 물의를 빚었던 그다. 문 교육감은 뒤늦게 불참 결정을 번복하고 참석을 약속했다.


경기도청이 공무원 교육을 위해 만든 역사서, ‘경기도 현대사’. 이 책의 5.18 관련 내용은 5.18에 대한 기존의 상식과 다르게 쓰여졌다. 내용의 약 40퍼센트에 해당하는 600자 분량이 미군개입설을 부정하는데 할애된 것. 책에 사용된 피해자 현황도 다른 5.18 단체들이 인정하는 공식 현황과 차이가 있다. 5.18 재단은 이 책이 교육용으로 사용되기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경기도청은 올 7월부터 이 책을 공무원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5.18의 혼을 담은 노래로 지난 30년간 불려온 ‘임을 위한 행진곡’. 83년 이래 변함없이 기념행사에서 제창돼 온 이 노래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이명박 정권 때부터다. 2009년과 2010년 공식 식순에서 제외됐다 2011년 다시 식순에 포함됐지만, 제창이 아닌 합창의 형식이었다. 광주시와 5.18 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올해 역시 합창으로 불릴 예정이다. 국가보훈처는 한 술 더 떠 올해 48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공식기념곡을 공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가 왜 여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부추기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보수 언론들도 5.18의 가치를 훼손하는데 혈안이다. 최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5.18 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펼치는 일부 극우 인사, 탈북자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5.18 관련단체들은 5.18의 의미를 축소시키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들이 현 정부들어 더욱 조직적이고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33년간 민주화 운동으로서의 위상을 다져온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그런데 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을까. 역사학계는 역사에 대한 컴플렉스를 지닌 5.18의 가해자 세력이 아직도 기득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사 청산이 충분히 돼있지 않은 가운데 기득권 구조에 온존한 세력들이 점차 퇴색되어가는 존재감을 재확인하려 하는 데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는것이다.


5.18을 앞둔 광주에서는 당시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행사가 한창이다. 광주 곳곳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5.18의 흔적들. 살아있는 역사요, 진실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볼 시점이다.